코로나 시국이기도 하고 원체 집순이인 나는 아기를 낳은 뒤로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해봤자 한 달에 두어 번. 주말에 친한 회사 후배 결혼식이 있어 다녀왔더랬다. 식사는 안 하려 했는데 식 구조 상 먹을 수밖에 없어서 간소하게 세네 그릇 털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새벽,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기 옆에서 자다가 남편이 자고 있는 침대로 기어들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 아파.. 배도 아프고 머리도 어지러워.."라고 말했지만 남편은 잠결에 "으응.. 아파?"하고 다시 잠들었다. 끙끙대며 잠들지 못하는데 아기는 깨서 뒤척거린다. "엄마 아파"라고 말하니 고맙게도 울지 않고 가만히 혼자 놀다 잠들었다. 나도 식은땀을 흘리다 같이 잠들었다.
출근을 하기 위해 일어난 남편이 인사를 하러 아기방에 들어왔다. 다시 한번 내가 아프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으나 기진맥진해서 "나 아픈데.. 응.. 잘 다녀와"라고 겨우 입을 떼었다. 그렇게 생후 5개월 아기와 아픈 애미 단 둘이 남았다. 뭐라도 먹어야 기운을 차릴 것 같아서 두유를 꺼내 한 모금 빨았지만 바로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이후로 화장실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혹시 코로나? 최근 양성 판단을 받았다가 완치된 회사 동기에게 증상을 말하고 상담을 하니, 코로나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검사를 받아보라고.
언니에게 증상을 말하니 어라, 그거 임신 초기 증상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럴 만한 일이 있긴 했는데 설마?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내 증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도저히 앉아서 젖을 물릴 수도 없어서 처음으로 '눕수'를 해봤다. 누워서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것인데 무슨 강아지나 돼지가 누워서 새끼들 젖 먹이는 기분이 들어서 영 별로였다. 기저귀도 누워서 갈아주고, 누운 상태로 아기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동요를 불러주었다.
"엄마가 아파서 못 일어나겠어.. 미안해"라고 말하니 아기가 내 손가락을 꼬옥 잡아주었다. 반짝이는 눈으로 울지도 않고 나를 바라보면서. 자긴 걱정 말고 어서 나으라는 듯한 눈빛으로.
결국 남편에게 빨리 집에 오라고 말했다. 남편은 빨리 퇴근해도 집에 가면 5~6시라고 했다. 나 당장 병원 가야겠으니까 오라고! 그제야 남편은 4시까지 가겠노라 답했다. 그것도 늦어. 오후가 되자 설사도 시작됐다. 집에 있던 포카리와 물로 계속 수분 충전을 했다. 아, 나는 장염인가 보다. 뒤늦게 나의 병명을 스스로 진단했다.
코로나도 임신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일단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수유부에게는 간단한 질병도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처방받는 약이 수유부에게 괜찮은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내과에 가면 "3일 간 수유하지 마시고 약을 드세요"라고 말한다. 수유보다는 빨리 낫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 몸과 아기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인데, 내 병은 '고작' 장염이니 아기를 선택할 수밖에. 수유부에게 3일 간 수유 금지령은 단유나 마찬가지고, 단유를 하지 않겠다면 젖을 짜서 버려야 한다.
그래서 수유부에게 처방 가능한 약을 받으러 산부인과에 가니 "저흰 장염은 몰라요. 산부인과인걸요"라고 말한다. "수유부가 먹을 수 있는 약을 처방해 주실 수 없는 건가요?" 하니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래서 맞은편 소아과에 가 물으니, 처방을 해주겠단다. 하지만 약에 대해선 잘 모르시는지 몇 분 동안 검색을 하시다가 수유부가 섭취해도 괜찮은 약을 몇 가지 처방해 주셨다. 그렇게 힘없는 몸으로 세 곳의 병원을 들러서야, 원하는 약을 받을 수 있었다.
독박 육아를 하는 아기 엄마가 아프면, 아기에게 미안한 일을 하게 된다. 수유를 하는 아기 엄마가 아프면, 단유냐 빠른 치유냐 선택을 해야 한다. 코로나 시국에 아프면 혹여나 코로나인가 걱정하게 된다. 그 어느 것 하나 쉬이 되는 것이 없고 죄책감을 안 가져도 되는 일이 없다. 마음 편히 아플 수가 없다. 그러니, 아프지 말자 동지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