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육아 딜레마

아기의 안위인가, 사회성 발달인가

by 아리

우리 아기는 운 좋게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단번에 합격했다. 3월 신학기부터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지만, 아직 너무 어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코로나가 무서워 보내지 않았다. 다행히 인정 결석이 되어서 가끔 교육 안내나 교구를 받으러 갈 뿐 보내진 않고 있다. 만약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어린이집에 짧게라도 보내 친구들과 같이 노는 시간을 가졌을 텐데. 우리 아기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은 정상 등원을 하고 있고, 보내지 않기로 한 것은 내 결정이지만 못내 아쉬움은 남는다.


아기를 가지기 전에는 문화센터에 대한 로망도 있었다. 아기와 함께 예쁘게 커플 옷을 맞춰 입고 가서 이런저런 수업을 들으면서 다른 집 아기들은 얼마나 큰지 구경도 하고. 몇몇 엄마들과 친해져서 동네 친구도 만드는 육아휴직 생활. 새롭게 만난 친구들과 새로운 정보를 교류하는 재미를 강탈당한 듯해서 억울한 마음도 있었다.




그나마 내가 찾은 해답은 온라인 강의다. 올해 초에 어린이집에서 이런저런 교육 프로그램들을 소개해 주었는데, 무슨무슨 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들이다. 이름도 생소하고 어려운 각종 센터들은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줌 강의를 진행하는데, 어린이집 중심으로 수강생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권역 별로 나누어 100~300명 규모로 대형 강의를 진행한다. 첫 강의는 아이의 식습관 관리법에 대한 강의였다. 6개월 아기부터 6살 어린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줌을 통해 강의를 들었다. 실시간 댓글을 통해 퀴즈 이벤트도 하고, 질문도 받으면서 나름 양방향 소통이 가능했다.


줌 강의로 배운 음악놀이법 실천 중


최근에는 소규모 강의듣고 있다. 4주짜리 코칭 프로그램으로, 책 읽어주는 법이나 음악 놀이, 베이비 마사지 등 육아/놀이법을 한 시간 동안 알려주는데 총 10명 정원이라 모두 카메라를 켜고 수업을 듣는다.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은 수업 전에 택배로 미리 보내준다. 강사님은 한 명 한 명 왜 수강하게 되었는지 묻고, 놀아주는 모습을 보며 코칭을 해준다.


물론 오프라인으로 만났다면 더 효과적이었겠지만 나는 각자 집에서 비대면으로 듣는 줌 강의가 내 성격에 더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며 가며 드는 시간 소비도 없고, 집에 있는 장난감으로 응용해볼 수도 있고, 아기의 응급상황에 즉시 대처도 가능하다. 다른 아기들은 잘하고 있는지 대놓고 구경도 할 수 있다. 수강료도 없고 특정 회사에 대한 홍보도 없어서 맘 편히 들을 수 있어 좋다.




8년 간의 사회생활로 나름 발달되었던 나의 사회성은 코로나로 인해 한껏 위축된 것 같다. 아기가 6개월이 될 때까지 집 앞 산책도 안 할 정도였으니. 봄이 되면서 조금씩 산책은 하지만, 친구들도 거의 만나지 않고 어린이집까지 보내지 않아 아기는 9개월째 엄마와 함께 집에 갇혀 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줌 강의를 들으며 강사님이 아기 이름을 부르자 아기는 크게 오열하기 시작했다. 강사님은 모르는 사람이 자꾸 이름 불러서 무서웠던 것 같다고 해주셨지만, 나는 내심 아기의 낯가림이 걱정됐다. 얼마 전엔 열린 어린이집 행사로 선생님, 아기 엄마들과 아기들이 동네 산책을 했는데 거기서도 우리 아기는 무표정으로 나만 바라봤다.



한껏 우려스러운 얼굴로 선생님께 아기의 사회성이 걱정된다고 하니, 낯가림은 인지 발달의 과정이고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 오히려 낯가림을 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해주셨다. 그러면서도 아기를 좀 더 어린이집에 자주 보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나는 어린이집을 보내도 될지 고민이 많다. 최근에는 어린이집에 수족구가 유행을 했다 한다. 지난달엔 코로나 밀접접촉자도 발생했었다. 온라인 강의일지라도 놀이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내가 성심성의껏 놀아주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처음 만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독 무표정하고 엄마 품에만 있으려 하는 아기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음 편하려고 안전을 핑계로 집안에 가두고만 있었던 걸까. 품 안의 자식으로 하루 종일 안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조금 위험해도 친구들을 만나게 하는 게 좋을까. 아기의 안위와 아기의 사회성 발달 사이에서 나는 반년째 방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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