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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Dec 07. 2021

아기 잠에 대한 엄마 아빠의 2가지 이론


육아 2년 차인 우리 부부는 아기 잠에 대한 각자의 이론이 있다.


먼저, 엄마의 '3시간 이론'.

아이가 잠에서 깬 지 최소 3시간이 지나면 다시 잘 수 있다는 이론이다. 돌 이전에는 3시간이 지나면 졸려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돌이 지난 후로는 3시간을 넘어 6~7시간이 되어도 쌩쌩할 때가 많다. 그러나 낮잠이든 밤잠이든 '최소 3시간'이 지나야 다시 잠에 들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빠는 '9시지론'을 주장한다.

밤잠에 한하여, 밤 9시에는 자야 한다는 지론이다. 쉽게 말해 9시가 밤잠의 마지노선인 셈인데, 그 시간을 지나면 잠투정이 심화되어 재우기 어려워진다. 전쟁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와도 같았던 요새선을 지었던 장군의 이름에서 따온 '마지노선'의 의미와 같이, 이 선을 넘게 되면 밤잠 대전에서 우리가 패배할 확률이 커진다. 9시에 자야 하는 이유는 안전하게 통잠을 재우기 위해서이며, 지나치게 이른 새벽에 깨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각자의 이론을 존중하지만 내심 반박의 여지는 가지고 있다. 나는 밤잠 시간을 딱히 정해두지 않는다. 낮잠에서   3시간만 지났다면 언제든 재울  있다. 저녁 7, 8시라도 아이가 낮잠에서   3시간이 지났고, 저녁 식사, 목욕, 마지막 수유까지 마쳤으며, 본인이 졸려한다면 재우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아직 9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다린 후에 재워야 한다. 육아 퇴근이 절실한 나에게 9시지론은 '9 전엔 퇴근할  없다' 뜻과도 같기 때문에, 나는 그의 주장을 항상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물론 2개의 이론은 반드시 상충되는 것은 아니며 동시에 충족할 수도 있다. 오전 7시에 기상해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낮잠을 자고, 밤 9시에 잠드는 '이상적인 패턴'이라면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날은 쉽게 오지 않는다.



나와 남편의 이론을 보면, 우리의 육아 패턴을 읽을  있다. 나는 육아휴직을 하며 온종일 아이를 돌보고 있고, 남편은 8~9시경에 귀가해 보통은 아이를 보지 못하고 주말에만   있다. 귀가했을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있을 경우 그리고 주말에는 남편이 재우기 담당이다. 그러기로 협의한  아니지만 내가 독박 육아에 가까운 온종일 육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남편이 기꺼이 해주고 있는 부분이다.


나는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왔기 때문에 아이의 하루 패턴을 몸에 익히고 있다. 아이가 별안간 짜증을 내는데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낮잠에서 깬 지 3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몇 번의 칭얼거림을 겪다 보니 아이의 '졸림 시그널'을 발견하지 못해도 '시간'만 가지고도 잠투정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남편은 밤잠에 대해서는 가히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잠투정을 여러 번 겪었어도 매번 힘들어하는 나를 대신에 재우기 담당을 자처한 그는, 인간 바운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푹신한 뱃살을 쿠션 삼아, 따뜻한 체온으로 아기를 안고, 특유의 느긋하고 침착한 성질을 이용해 아이가 잠들 때까지 기다린다. 집안 이곳저곳을 천천히 걸어 다니며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린다. 나는 성질이 급하고 근육이 약해 오랜 시간 아이를 안고 기다릴 수가 없다. 우직한 성격의 남편은, 아이가 완전히 잠들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지경이 되면 그제야 아이를 이불 위에 내려둔다. 대부분은 그대로 곯아떨어지지만, 가끔은 눕히자마자 울어재낄 때도 있다. 그러면 침착하게 다시 2차전에 돌입한다. 나라면 한숨을 푹푹 쉬며 짜증을 냈겠지만 남편은 침착하게 다시 아이를 안아 든다.


이 외에도 우리는 평일, 주말을 나누어 잠 당번을 맡고 있다. 평일에 출근하는 남편을 배려해 평일에는 내가 아이와 자고, 주말에는 남편이 아이 옆에서 잔다. 출산 이후 허리 통증을 자주 호소하는 나를 위해 남편은 비싼 매트를 아기방에 깔아주었다. 손발이 쉽게 차가워지는 나와 아기를 위해 보일러를 틀어주기도 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출근할 때도 우리가 깨지 않게 조용조용히 움직인다.



온종일 같이 있지는 못해도 아기와 나를 위해 행동하는 작은 일들이 종국에는 우리 가족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아기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고 나름의 이론을 세우는 것 또한 아기의 불편함을 줄이고 건강한 패턴을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아기에게 이유 없는 칭얼거림은 없다. 무엇이 불편한 것인지 함께 해 온 시간을 토대로 고민하는 것이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이며, 그 고민을 부부가 함께 나누는 것이 부부의 도리이자 행복의 기반이 된다. 물론 그 고민의 결과가 항상 정확한 답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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