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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수 Jul 29. 2023

초여름 연서

수련과 여름.

'이쁘다' 하면 말만 같고

'예쁘다'는 말은 저 멋이 없고

'어여쁘다' 해 보면 넘치나 싶고

'곱다'하긴 어린 듯,

하여

'아름답다' 해 보니 이 단정함에

말이 길다.


무슨 말로 불러보나

하다

그냥 바라보기로.


햇살 짙은 정오부터는

따갑고 그을릴 텐데

"그것이 두려운 건 사람들이지.

노랗게 구워지면 강건해져요."


어느 날 그대가 고개 숙이고

동안의 빛을 내려놓아도

내 눈에는 지금이나 같을 터이지.

강건하단 그 말을 기억할 테지.


이 마음이 사랑이면

나는 사랑하는 것.


노란 노란 언어에

사랑이 닿으면

연두 꽃싹 매일, 다시 피우니

그러면

언어가 푸르렀다는.


편지를 쓰는 날은

여름도 초여름.


푸른 불씨

초여름 내 마음.





출근길 연못의 수련








꽃이 되려는가 뾰족이 저를 내밀더니 드디어 오늘 아침 출근길에 연꽃 봉오리가 새부리 같은 노란 세계를 안고 솟아올랐다. 아... 저 꽃이 한창일 무렵이면 정말 여름.

수련이 외로 꼰 고개를 들고 날 보며 노오란 언어로 편지를 써 줄 때, 그때가 되면 나도 나의 색으로 답장을 하여 주리라.


ㅡ 나의 글   '여름이 어릴 때 ' 중에서











ㅡ 초여름에 쓴 답장이다.

매일 저들을 바라보면 다음날 꽃싹이 하나 둘 또 태어났었다. 지금은 한여름. 작고 얄따란 꽃잎이 빳빳이 제 삶을 살아내는 것이 신기하다. 무더위를 이고 저렇게 웃고 있는 것도.


예전엔 여름을 싫어했다. 땀, 모기, 알러지, 습도, 곰팡이..

지금은 여름도 좋다. 녹음, 아이들 물장구, 그늘, 독서 삼매, 긴 저녁, 밤별, 아아 혹은 달달이 냉커피, 옥수수, 은반지, 그 여름 나무 백일홍...


마음만은 싱그런 곳으로 늘 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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