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한 몸살이란.
여기 산골 지방에서는 뻐꾸기가 처음 우는 때에 맞춰 라일락이 꽃을 피운다. 뻐꾸기와 라일락이 한 쌍으로 피고 우는 것이다. ㆍㆍㆍ라일락의 향기가 젖소를 키우는 외양간의 냄새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당신은 말했었다. 둘 모두 평화와 느림의 냄새다. ㆍㆍㆍ
창 곁에 면도용 거울이 하나 달려 있다. 거울에 비친 라일락 가지 하나를 올려다본다. 저녁이 올 때마다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은 거울 속의 저 라일락 가지처럼 자리한다.
-존 버거,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p. 6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