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노래
거울은 반사 현상을 이용하여 물체의 모양을 비추어 보는 도구이다. 평면거울. 볼록거울. 오목거울
반사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모두 거울이 될 수 있다. 그럼 최초의 거울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맑은 물이 아닐까 싶다. 물 위에 비친 모습을 보며 거울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고대 아즈텍 신화에 나오는 ‘테스카틀리포카’ 신은 밤과 시간을 지배하는 신으로 세상과 지하세계를 넘나드는데 거울을 사용했다. 테스카틀리포카(Tezcatlipoca)라는 이름은 나와틀어로 '연기 나는 거울'이라는 뜻이다. 아즈텍 신화의 전쟁, 죽음, 마법, 운명, 갈등, 밤, 어둠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가슴에 거울이 있다. 세상만사를 나타낸다는 연기 나는 거울! 섬뜩하다. 스스로 만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고 전지전능한 창조신이다. 인간의 생각과 마음, 그리고 행동과 정신을 포함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들을 알고, 모든 것들을 볼 수가 있으며, 점쟁이와 주술사의 신이다. '인간사를 모두 알고 있는 현자', '우리를 노예로 부리는 자', '인간의 창조자', '온갖 생명의 기원', '하늘과 땅의 주인' 등 무려 360여 가지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아즈텍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관장하고 있는 모든 신격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아스테카인들은 이 신을 존경하는 동시에 두려워했다. 인간에게 기쁨을 주는 동시에 슬픔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부귀와 영화, 권력을 누리게 하다가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빼앗아가기도 한다. 불화와 적의와 전쟁을 부추기도 한다. 신들 중에서도 가장 큰 힘을 지녔다. 그 힘으로 밤과 시간을 지배하고 세상과 지하 세상을 넘나들기 위해 거울을 사용한다.
신화이지만 거울을 이용하여 세상과 지하세계를 오가며 인간들의 희로애락을 좌지우지했다니... 고대시대에서의 거울이 두렵게 느껴진다.
고대에서 청동거울은 제사의 도구로 사용했고 제사장의 권력을 상징하는 무구였다. 그런 거울이 대중화되기까지 옛 선인들은 거울을 신성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옛 선인들의 마음으로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 안에 내가 있다. 나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어떻게 보아야 나를 잘 볼 수 있을까?
거울은 거울의 표면에 대해서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 반사의 법칙에 따라 거울에 수직 되게 빛을 비추면 수직 되게 빛이 돌아오고, 빛을 기울여서 비추면 빛이 기울어진 각도로 반사가 된다. 모든 거울은 이 반사의 법칙을 따른다.
거울의 표면을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 거울의 특성이 달라진다. 거울을 오목하게, 움푹 파이게 만들면 거울을 향해 빛을 쐈을때, 한 점으로 빛이 모인다. 반대로, 거울을 볼록하게 만들면 거울을 향해 빛을 쏘았을 때, 모두 밖으로 흩어진다.
빛이 모이는 모양과 흩어지는 모양...
빛의 경로는 가역적이다.
앞에서 봤을 때, 오목거울은 모아진 빛이 흩어지게 하고, 볼록거울은 흩어진 빛을 모은다. 때문에 오목거울을 볼 때는 실제보다 작은 모습을 보게 되고, 볼록거울을 볼 때는 실제보다 큰 모습을 보게 된다.
평면거울은 상과 물체가 같은 크기이다. 평면거울에서 상과 물체는 대칭성을 갖기 때문에, 평면거울에서 상까지의 거리는 평면거울에서 물체가 떨어진 거리와 같다.
거울은 오른쪽과 왼쪽을 뒤집히게 보여준다. 왜곡이라고 해야 하나? 알고 있으니 당연한 변형이라고 해야 하나? 실제 나의 모습과 거울에 비친 모습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생각해 보다가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가 더 중요하겠다는 결론에 달한다.
보는 마음이 늘 평면일 수 없음을 안다. 늘 평상심을 유지하여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면 오해나 허상이 없을진대 우리는 여러 가지 현상들과 복잡한 상황들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평면적으로 보기가 어렵다.
가끔 오목렌즈로 보다가 실수를 하기도 하고, 가끔은 볼록렌즈로 보다가 실망하기도 한다. 또한 빛에 기울여 보다가 제대로 보지 못하는 때에도 어리석음을 탓하며 후회한다.
우리 집 화장대 거울은 실제보다 더 예쁘게 반사시킨다. 그래서 나는 가끔 착각 속에 빠지기도 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존감의 형성에 외모도 플러스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아침저녁으로 보는 거울인데 볼 때마다 내 얼굴이 다르다. 얼굴형도 동그랗다가 길쭉해지고 눈도 커졌다가 작아지고 코도 동글하다가 뾰족해진다. 입이 제일 문제다. 입꼬리가 올라갔다가도 어떤 땐 너무 쳐져있어서 심술쟁이가 되어 있다. 그럴 땐 심술쟁이가 되기 싫어서 입꼬리를 재빠르게 올린다. 그런 날은 입꼬리를 아무리 올려도 전체적인 얼굴에 심술이 서려있다. 얼굴은 마음을 닮아가나 보다. 마음 따라 달라지는 얼굴모습을 느끼며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옛말을 떠올린다.
보인다. 거울 속의 내 마음이.
거울 속의 나를 위해 마음을 곱게 가꾸어야겠다.
거울의 노래
최초의 거울은
맑은 샘물 위로 흔드리는 물결반사
아득한 신의 손에 들린
연기 나는 거울은
밤과 시간을 지배하며
세상과 지하세계를 비추었다.
청동거울은 제사의 불빛을 품고
권력과 신성을 반짝였고
오늘의 내 방 작은 화장대는
나를 속삭이며 하루를 열고 닫는다.
빛은 모였다 흩어지고
그 길은 가역적이라 했으나
내 마음의 길은 자주 굽고 꺾여
왜곡된 그림자를 따라 헤맨다.
평면 같은 시선으로
나를 비출 수 있다면
오해도 허상도 없으련만
나는 때로 오목거울 속에서 스스로 작아지고
때로 블록거울 속에서 과하게 커져
어리석음을 웃음으로 감춘다.
거울은 말이 없다.
다만 입꼬리 하나의 무게로
오늘의 나를 심술로 만들고
작은 눈빛 하나로
내 안의 창을 드러낸다.
보인다.
거울 속의 내 마음이.
나는 다짐한다.
빛처럼 맑게
투명하게
곱게 마음을 닦아
거울 속의 나를 환하게 비추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