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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오 May 15. 2023

Habit

정신질환에 대해 조사를 하던 중



  밤이 오늘 건 막을 수 없었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소리도 누군가의 비명소리처럼 들렸다. 잠을 더 잘까 말까 갈팡질팡하다 놓쳐버린 잠에 결국 침대에서 일어났다. 투명한 창문 사이로 덩그러니 떠오른 달을 보자니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 달은 회색빛깔인데 어떻게 태양빛을 받길래 노랗게 비치어 보일까.

  

  그냥 버릇이었다. 비에 젖은 땅에 신발이 젖어도, 돌에 걸려 중심을 잃어 휘청거려도 늘 조금 위를 바라보며 걷는 건. 아니, 어쩌면 버릇이라고 여기는 게 버릇일지도 몰랐다. 정적이 일면 이런 나를 반성한다. 수백 번을 뉘우친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버릇을 단어를 들먹이며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결국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창문 밖에서 손을 흔들던 너를 바라보며 웃은 기억을 지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연히 네가 거리를 걸어가는 걸 봤어. 네 발걸음의 목적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네가 내 마음속에 다시 들어오는 걸 봤어. 맞아. 분명히 봤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이유는 없어. 그냥 너라서 널 사랑해. 내가 원하는 건 네가 내 품에 안기는 거. 아니, 네 품에 내가 안기는 거. 그것 말고는 없어. 너의 진짜 미소를 보고 싶어. 아니 네가 보고 싶어. 멀찍이 떨어진 네가 아닌 오롯이 너. 너. 너. 너. 너는 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어. 너의 집은 나잖아? 지금 네가 있는 곳은 좋아? 거기는 너를 소중하게 여겨? 너를 위해 네가 좋아하던 콜드 플레이의 노래를 불러줘? 너의 집인 나는 언제든지 너를 위한 시를 읊어주는 음유시인인데  말이야. 집으로 돌아오는 걸 절대로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데 옆에 그 남자는 누구야? 키가 큰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했었지. 블레이저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 좋다고 했었지. 등에 기타를 메고 다니는 남자가 멋지다고 했었지. 그 말에 기타 학원을 끊고 블레이저를 한 벌 샀었는데 내가 오늘 그걸 안 입어서 그런 거야? 기타를 안 매고 와서 그런 거야? 여기를 향해 고개를 돌려줘. 정말 한 번만. 너의 집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한 번만 고개를…… 입을 맞췄네? 그래…… 아니야. 내가 생각하는 거 전부…… 그냥 내 버릇이니까 이해해 줘.


  집은 집이 아니었다. 그저 족쇄가 없는 감옥 같았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도 자유는 나를 반기지 않았다. 늘 같은 공간만 빙글 도는 내 발은 불수의근일지도 몰랐다. 그럼 이 세상이 족쇄 없는 감옥이었을까 생각을 한다. 씨발. 또 생각이네. 이 버릇은 도무지 고쳐지질 않는다.




   -조별과제를 위해 정신질환에 대해 조사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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