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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조인순 작가 Jun 05. 2024

쓸쓸한 점심

백 년이 바로 고지인 늙은 청춘들

구부정한 등에 배낭을 메고

힘겹게 언덕을 올라

숲 속 저수지 정자에 모여든다     


그 많은 시간 속을 걸어오면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짐을 지고 살았을 텐데

그들의 등에는 여전히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할아버지 다섯에

할머니 한 분

지고 온 배낭에서 도시락을 꺼내

돗자리 위에 올려놓는다     


다음부터는 다리가 아파

못 나온다는 할머니 말에

옆에 있던 할아버지

  -여기 못 나올 사람 많아!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뒤에 앉아 혼자서 점심을 먹자니

할아버지 말씀이 자꾸만 목에 걸려

가슴이 먹먹해 쓸쓸한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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