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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시 Apr 06. 2022

구해줘 냥즈

윗집을 소개합니다



포크레인은 만능이다.


윗집을 괭이 급식소로 사용하기로 결심 했을때의 일이다. 고씨들은 온화한 임차인인 덕에 입주를 위한 도배를 해줄 필요가 없었지만 사람을 위해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다. 산밑 집이어서 그런지 방치된지 몇 년만에 알 수 없는 식물로 뒤덮여버렸기 때문이다. 이를위해 마당의 쌓인 자재들을 치우는 건 물론이고 포크레인으로 집주변을 갈아 엎었다.



흉가 소리가 나오기 딱 직전의 상태였다.


방치 된 윗집은 질긴 나무 줄기가 마당 콘크리트를 덮어 사람이 접근하기 불가능한 집이었다. 포크레인으로 정리를 하고 난 후엔 봉쇄작업을 했다. 혹시모를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입구를 막았다. 동물들은 자유롭게 오가겠지만 적어도 사람은 우리집을 통해서만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단한건 아니지만 마루를 통해 들어가는 문들도 약간의 작업을 했다.



후에 고씨들을 위한 의외의 처치도 했다. 고양이 주제에 낡은 화장실에 빠져 죽을뻔한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 화장실에 빠진  나쁜 고씨들을 건지고 구옥의 화장실도 어찌어찌 폐쇄했다. 화장실에선 의아하게도 성냥만  박스가 나왔다. 화재라도 다간 큰일 날뻔했으니 미리 알게되어 다행이었다.



괭이 급식소는 단출하다.


이 오래된 한옥은 대청마루와 이어진 안방, 아궁이가 딸린 부엌만이 존재한다. 고씨들의 식사는 주로 안방을 사용하지만 대청마루에 임시 밥그릇이 놓여 있다. 혹시나 안방이 혼잡해 들어가지 못할경우가 생길까 봐 준비했다.



빈집을 정리할때 웬만하면 눈에 보이는 모든 기물들을 없앴다. 남은 건 붙박이 장과 잡다한 물건을 보관할 용도로 버리지 않은 책상하나, 신축한 미니 비닐하우스(괭이사이즈) 한채다. 미니 비닐하우스는 인터넷 주문을 해서 직접 만들었다. 마루 밑에 딸기박스만 갖다 놔도 행복해하는 고씨들이지만 좀 비좁아 보였기 때문이다. 미니 비닐하우스는 언제나 인기가 많은 공간이라 밥을 주러가면 거기서 최소 세마리는 나온다. 적고나니 여기도 살짝 밀도가 높은 듯하다. (대부분 중성화가 되어있으니 안심하시라)



우리는 갈라진 벽이나 부서진 지붕을 전부 고칠 순 없었다. 하지만 여름의 열기와 겨울의 한기를 막기엔 마당보다 훌륭한 공간이다. 지금도 이미 부서진 폐가를 열심히 쓸고 닦고있다. 가끔 그곳에서 고씨들의 전리품들을 볼 때마다 놀라긴 하지만 나름 아늑하다. 언젠가 무너진다면 아예 비닐하우스 한동을 크게 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걸 좋아하는 고씨들은 좋아하겠지만 사람에겐 고역이니 지금 이곳이 부디 오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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