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잠시 Oct 28. 2022

어딜 가나 빌런은 존재한다

시골로 가는 동물들

나는 시골에 관한 수많은 괴담을 알고 있다.  


텃세부터 시작해서 가구수 자체가 적은 시골 동네에 대한 이야기들은 범죄 스릴러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조금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 직접 겪었다는 사람도 있으니 누군가에겐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시골 주택은 누가 봐도 보안이 허술하고 실제 사실로서도 보안이 좋은 주택은 몇 없을 거다. 그래서 개를 도둑이나 침입한 사람들을 알아차리기 위한 용도로 키우는 경우도 많다.


범죄도 없지 않다. 우리 집 같은 경우도 여러 일을 겪었다. 일단 한 달 사이 가장 최근의 일을 말하자면 우리 가족이 가꾸는 뜰의 십 년이 넘게 가꾼 꽃나무를 누군가 캐갔다. 황당해서 신고도 못했지만 조만간 주변 가구를 싹싹 뒤져서 우리도 다시 캐올 생각이다. (대체 저걸 왜 캐간담? 너무 괘씸해서 하는 말이다.) 또 밭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을 노리는 신종 변태가 마을을 떠들썩하게 한적도 있다. 그 일에 관해서 더 속 터지는 일은 그 밭에서만 출몰하는 바바리맨을 목격한 할머니들은 심드렁하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만 화가 나서 씩씩대며 경찰서에 갔다.


시골로 보내지는 개와 고양이들


굳이 시골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먼저 꺼낸 건 이곳이 딱히 유토피아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이끼'를 보고 모든 시골이 다 저렇다며?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한숨이 나오겠지만 여긴 그냥 사람 사는 곳이다. 특별하게 다를 게 없다.


좋은 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시골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말할 때 의아하게 느껴지는 점이 있는 데, 동물권에 대한 묘한 인식에서부터 비롯되더라. 보통 시골로 보내는 동물들은 그들을 위해서 보냈다고들 말한다. 나는 시골에 산다는 이유로 떠넘김 당하는 개와 고양이들을 많이 봤다. 할머니부터 시작해 아빠 친구, 아래 아랫집 할머니, 마을에 이름 모를 어느 친척이 준 강아지만 모아도 열 마리는 넘을 거다. 놀라운 이야기도 아닌 게, 대학생 때는 친구들의 반려동물들이 방학만 되면 자취를 감추곤 했다. 그 작은 동물들은 하나같이 시골로 보내졌다. 새끼 때만 예뻐하다 몸집이 커지면 그제야 원룸이 보이는 것이다.


사람이 적으니 확실히 도시보다 넓은 땅이다. 근데 개나 고양이에게도 해당되는진 모르겠다. '1m의 삶'이라는 말도 있다. 마당에 묶인 개들이다. 고양이는? 방 안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시골사람이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보통은 '자유'를 위해 보내진 것이니 낯선 곳에서 토박이 고양이들에게 쫓김을 당할 텐데.. 그 고양이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타지 생활일 거라 확신한다.


나는 이곳에서 동물이 무조건 환영받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나 '자유'를 위해 시골에 자신의 가족을 보내진 않았으면 한다. 개들이야 표적이 되면 어딘가로 잡혀가고(마당에 묶인 개들도 예외는 아니다.) 고양이도 소리 소문 없이 죽는다. 실제로 우리 마을에서도 농작물을 해친다는 이유로 덫으로 길냥이들을 포획해 그대로 자루로 묶어서 다리 아래로 던진 사람이 있었다.



혹시나 내가 쓰는 글을 보고 시골에서 동물 밥을 줘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하는 말이다.


나는 도시에서 어느 골목에선 캣맘과 캣 대디가 열심히 밥을 주고 바로 그 옆 골목엔 누군가 의도적으로 사료그릇을 발로 쳐서 엎질러 놓은걸 봤었다. 시골도 마찬가지다. 우리 집은 한쪽에서 밥을 챙겨주지만 누군가는 일부러 음식에 쥐약을 섞어 놓기도 한다. 고양이 자체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많다. 내가 사는 이곳은 산에 깊이 들어가면 사람 홀리는 여우가 사는데 휙휙 두 번 재주넘기를 하면 사람 내장을 뺴먹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들이 계신 곳이기도 하다. 나는 이점이 불만스럽다기 보단 매우 조심스럽다.


도시에서는 분쟁이 생겼을 때 오히려 시간을 두고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골에서 분쟁이 생긴다면. 글쎄. 어쩌면 어떤 행정조치나 법적 다툼이 끝나더라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언젠가 고양이 급식소에 대형견 두 마리가 매일같이 들어와 고양이들을 사냥하려 하고 밥을 다 털어간 적이 있었다. 그 개 두 마리는 꾸준히 고양이 급식소를 침입했다. 솔직히 소형견이면 그러려니 할 수 도 있겠다 싶지만 지나치게 위협적인 크기의 대형견이었고 사람도 따르지 않는 개들이라 골머리를 썩였다. 꽁지 빠지게 도망하는 고씨들을 보는 것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신고를 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개의 주인을 알기 때문이다. 주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사정상 집을 떠나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들려오고, 몰래 개를 잡아다가 남의 집에 묶어 놀 수도 없고.. (솔직히 잡지도 못한다) 결국 이장님의 개 한 마리가 사냥당한 뒤 개들의 목줄이 묶였다.

숫자로 따지자면 도시의 동물 학대범이 더 많겠다. 경찰에 잡혀갈 확률도 도시 쪽이 훨씬 우세할 거다. 하지만 가구수가 적은 만큼 실제 학대가 이루어져도 내가 모를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시골에 사는 나로서는 명절에 길거리에 버려진 개들, 어느 도시 친척이 맡긴 강아지와 고양이들 전부 익숙하다. 나는 모든 사람이 악의로 그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시골에서 동물이 자라는 걸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모든 반려견과 반려묘들은 자신과 같이 사는 누군가를 이곳의 자유보다 더 좋아할 것이다.

 

이전 09화 리얼 리뷰 : 엑소시즘과 기우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