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잠시 Mar 23. 2022

리얼 리뷰 : 엑소시즘과 기우제

공존은 언제나 어려운 숙제


데면데면한 사이여도 괭이들이 한곳에 정착하기 시작하면 신경 쓸일은 많다. 대표적으로 중성화 수술이 있다.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를 반드시 시켜야하는데 전쟁과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일단 동물병원에 전화를  당일 수술 스케줄을 잡는다. 우리집은 자주 가기에 보통 거기 까진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다음이다. 사람을 따르지 않으니 보통 통덫을 놔서 한마리씩 잡아야 하는데, 자유로운 괭이들이 언제 집에 올지도 모르고 잡혔다 한들 갖힌 채로 오래 둘수도 없기에 실시간으로 지켜봐야한다. 운이 좋은 경우 한번에 몇마리가 잡힐때도 있지만 흔치 않다. 결과적으로 겨우 달랑 한마리를 위해 평일 하루를 꼬박 사용해야한다. 그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기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가장 힘든 과정은 뭘까? 바로 통덪채로 차에 실어 병원으로 직행할때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다. 읍내의 병원은 멀고, 괭이는 울고, 발버둥치고. 엑소시즘을 행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흡사 천재지변을 당한 듯 경악에 찬 울음소리를 좁은 차안에서 듣다보면 괜히 내가 그들을 괴롭히는 건 아닐지 수만가지 생각이 든다.



나도 tnr(중성화수술  방사) 필요성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다. 처음엔 거부감이 컸다. 이름부터 낯선 "중성화 수술" 갑작스럽게 당한 그들이 안쓰럽고, 이걸 나한테 적용하면 밥한끼 얻어먹고 외계인에게 신체개조 수술을 당한 스토리가 아닌가 싶었었다. 거기에 정보를 찾는답시고 무분별하게 길고양이와 관련된 포스팅들을 읽어대고 나니, 밥을 주는  자체가 그들의 고통스런 삶을 강제로 영위하는데 기여한다는 그럴듯한 결론까지 도출해냈다. 머리가 아팠다. 결론은 감성적인 영역을 제외하고 생각하자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고  영역엔 인간 이웃도 산다. 내가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는 고양이들개체수 폭발을 야기시킬  있고 그에따른 유감스런 일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  사고  처리는 언제나 까다로운 일이다. 거기다 의지가 있다고해서 마음처럼 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길고양이 밥주기' 유발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대한 예방하는 차원에서 tnr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녀온 뒤에 약을 먹이는 건 기우제에 가깝다. 만지지도 못하는 괭이들을 어떻게 약을 먹이겠는가? 그저 간식속에 약을 섞어주고 눈치채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실제로도 병원에 자주데려간다. 의외로 피부병같은 문제보다 같은 고양이때문에 다치거나 뱀에 물려 데려가는게 가장 흔하다. 시골이라 읍내 병원이 문을 닫았을땐 급하게 인접 도시의 24시 병원에 데려간다. 달리는 경찰차가 따로없다. 애옹애옹 장난아니다.




중성화를 하지 않으면 될까? 자연주의식으로 밥을 주지말까? 나는 비쩍골아 나쁜 성격을 숨기고 쓰레기를 주워먹는 고양이를 만났다. 당신도 그들을 만난다면 절대 그럴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죽어라 밥만 먹이면 어느순간 우리가족은 애니멀호더나 생태계파괴자로 고발당할 것이고 말이다. 나름의 공존에 대한 합의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이전 08화 지니어스 흰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