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파랑 Jul 22. 2024

포기한 듯 포기 아닌 포기하고픈 너

vlog를 찍는유튜버가 되었다.

몇 년 전 유튜브를 시작하고 꾸준히 해온 사람들이 보인다. 알고리즘을 타고 나에게 온 그들은 이미 구독자가 10만을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유튜브 몇 년 하면 당연히 몇만은 찍을 것처럼 보인다.

아마 몇 년 전에 시작했다면 그때 그 시절엔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시작하는 시점에 무조건 꾸준히는 단지 성공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사람들은 이제 영상이 얼마나 괜찮은지.. 얼마나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도움 되는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영상을 보고 있으며, 그 어떤 것이든 어설픈 영상은 보고 싶지 않아 한다.  


낡은 카메라 한대를 가지고 혼자서 편집을 하고 혼자서 이야기를 담는 내 브이로그가 완벽한 영상을 만들어 내기란 참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꾸준히 시간이 지나면 영상의 퀄리티는 점점 좋아질 것이고 꾸준함이 언제 가는 보상을 해줄 것이란 작은 기대를 마음속에 숨기고 포기한 사람처럼 유튜브를 해나가고 있다. 무조건 꾸준히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애초에 유튜브로 돈을 벌 생각은 없었다. 혹시나 재수가 좋아 유튜브가 터진다고 하더라도 그 수익은 언젠간 끝이 나는 수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저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내가 브이로그를 찍어가면서 나의 성장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물론 막상 하다 보니 욕심으로 내 초심을 마구 잃을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욕심이 없다고 해서 아무 의미가 없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느리지만 천천히 유튜브에서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단지 유튜브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주일이란 시간을 들여 10분짜리 영상 하나 만들었건만 아무도 봐주지 않는 것은 조금 서운하다.  돈은 둘째치고 나라는 사람의 능력이 이것뿐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수십 번씩 드나든다.


유튜브를 시작한 90%의 사람들이 이런 마음 때문에 포기한다고들 한다. 그 어둠의 터널을 지나지 못해 포기한다고 한다.

나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 나의 상황은, 포기는 하지 않았지만 열정은 참 많이 식었다. 희한하게도 이 세계에서는 노력과 성과가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나의 노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점점 나는 더 솔직한 내 모습이라는 이유로 대충대충 날것의 모습도 담아냈고, 음악도 이만하면 됐다는 시점에서 그냥 깔아버렸다. 물론 편집기술이 늘어 더 빨리빨리 진행을 할 수 있는 점을 간과하지는 않는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나의 마음이 그러하다. 아주 공들인 영상으로 아주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영상이 조회수 1을 찍을 때면 참으로 참담하기까지 하다.

그러다 대충 찍은 영상 하나가 그에 10배의 조회수를 찍으면 노력하는 자가 보상받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더욱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나는 처음 내 생각대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나의 일기를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는 중이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영상은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지금도 매일 고민 중이다. 미래에 성공이 확실하다고 가정하면 그런 내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그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나조차도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기에 나는 포기도 중단도 할 수가 없다.

마치 파리만 날리는 구멍가게를 폐업도 못하고 운영하는 사장님의 심정만 같다.



갈대처럼 단기적인 성과에 아직도 흔들리는 내가 참 한심스럽다. 그러다가 영상 한편을 올릴 때면 그럼에도 나란 사람 대단하지라고 또 혼자 뿌듯해하기도 한다.

마음의 파도가 아마 내 이 글들의 주제가 되는 것 같다.

아무짝에 쓸모없는 내 글들이 어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터널을 지나는 나의 마음을 담아내는 것에 의의를 두려고 한다.


포기한 것처럼 편안하게

그렇지만 포기는 하지 않고

포기하고 싶지만 미래의 알 수 없는 나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나의 브이로그 유튜브..


다음 날이면 또 갑자기 파이팅 넘치게 영상을 찍고 하루를 살고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는, 파이팅 넘치는 글을 적어 내릴지도 모른다.

이것 또한 나의 성장과정일 것이니 나는 오늘은 참담한 마음으로, 내일은 힘찬 마음으로 그렇게 바람이 부는 대로 가고 싶다.

포기한 것처럼 편안하게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는 유튜버가 되고 싶다.



-2024년 7월 , 12번째 브이로그 영상을 올리고 나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