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파랑 Aug 25. 2024

홈공방, 오픈은 언제 하나요?

오픈날은 없다. 그냥 지금만 있을 뿐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갈 즈음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가 참 어려운 시점이 온다.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것 같은데, 

아니 아직은 취미생활 정도로만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니 이 정도면 된 것 아닌가?


하루에도 아침 점심 저녁으로 생각이 이렇게 바뀐다. 이제 돈을 받고 내 물건을 건넬 시점을 찾기는 참 어렵다. 완벽주의자라면 더더욱 어렵다. 평생가도 오픈을 못할 수도 있다. 

나는 그랬다. 만들다 보면 나만 아는 오점이 있고 그 오점이 보이는 한 세상밖으로 내 작품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장 예민하고 까다로운 남편에게 하루에도 3~4번씩 물어보았다.

"예뻐~!" 

라는 대답을 해줘도 믿지를 않았다. 


그래서 도대체 언제 오픈하냐고?? 

그냥 지금 당장이다.! 팔 물건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팔 수 있는 곳이 있지 아니한가? 바로 당근마켓이다. 중고거래만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곳에 사업자들이 들어온 지는 꽤 되었다. 


나는 우연히 당근마켓에 입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돈이 들지 않았기에 사업자를 만들자마자 바로 하루 만에 내 가게를 오픈했다. 물론 채널을 만든다고 구독자가 생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작품사진만 있다면 가장 손쉽게 물건을 팔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버이날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나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정신없이 상품과 가격을 일단 비공개로 올려놓고는 하루 정도 틈틈이 살피며 수정했다. 

비공개를 공개로 바꾸는 그 순간이 그렇게 떨릴 수가 없다. 




결과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잠시나마 떨었던 나 자신을 비웃어야 할 정도로 아무 일이 없다..

그날이 바로 4월 30일이다.


5월 2일..

어느 누군가에게 채팅이 들어왔다. 가격을 묻는 것이었다. 설레었고 불안했다. 

내 생각보다 빨리 고객에게 다가간 당근마켓의 위력은 대단했다.

다시 들어가 살펴보고는 가격을 써놓는 곳에 정확히 가격을 적어 두설명글도 수정했다.


5월 3일..

가격을 묻는 채팅 5회가 있었고 전화가 왔다. 당근마켓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아주 명랑한 목소리의 그녀가 나의 작품 중 부담스럽지 않은 한 작품을 두 개나 사겠노라고 하고는 통화를 마쳤다. 

첫 번째 판매가 이루어졌다. 

두근거렸다.

이미 만들어 놓았지만 만지고 매만지고 수정하기를 수차례 거친 후 약속장소로 향했다. 


나의 첫 고객은 매일이 바쁨의 연속인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약속시간이 맞지 않아 내가 그 집으로 배달까지 해주기로 했다. 

소중한 나의 첫 고객이었다.

기름값도 안 나오겠다는 남편의 말이 있었지만 나는 지금은 돈을 남길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적절했고 적중했다.


내 물건에 200% 만족했던 (나의 배달 서비스까지) 그녀는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맘카페에 글을 올렸다. 글이 올라왔다는 사실을 두 번째 고객을 통해 듣게 되었었다. 

그렇게 나는 판매의 물꼬를 틀었고 어버이날이 하루 이틀 다가올수록 문의채팅의 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세상에 있는 꽃이란 꽃은 모두 팔 수 있어요.."


도매꽃을 사러 가서 사업자를 등록하며 계산할 때 거래처 사장님이 해주신 말이다.


이 말에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시작했다. 가게가 없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던 그때였다. 아마도 5월 8일이라는 마감 아닌 마감날짜가 없었다면 나도 망설이다 끝났을진 모르겠다.

어쨌건 나의 오픈은 부족해도 '일단 지금! '이었다.


적절한 플랫폼을 찾았고 

적절한 가격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첫 시작은 그런대로 성공적이었다.

5월 5일부터는 밤낮없이 주문문의 채팅을 받고 제작하고 재료를 사 오고 직접 나가 건네주고를 반복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었고 아이들 돌볼 시간도, 잠잘 시간도 부족했다. 

하지만 행복했다. 


아주 오랜만에, 아니 살아가며 처음으로 오로지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수입이었다. 

이렇게만 유지된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시작이라는 말은 우리들 인생에서 꼭 명심하고 살아가야 될 부분이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준비를 철저히 하기보다는 걱정과 근심만 많아진다. 그리고 일을 그르치게 된다.


지금도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는 수없이 많지만 그보다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말은 바로 이것이다.


생각이 많아지기 전에!
그냥 지금 당장 저지르는 것이 정답이다.! 



라고 말이다. 







# TIP #

!!실전에 들어가야 실력이 향상되는 법!!

 -완벽한 꽃풍선을 만들 때까지 기다리면 평생가도 오픈 못한다. 

-가장 쉽게 실전에 들어가는 법 : 당근마켓 추천

- 그곳에서 반응으로 나의 주 타깃과 나의 능력을 테스트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다음 작업이 순조로워지려면 상품이 예뻐야 한다.**

    여러 가지 말들이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당연히 작품 자체이다.)

-당근마켓의 또 다른 장점 : 

집접 대면으로 물건을 주고받기 때문에 그 사람의 표정으로 내 것을 평가할 수 있다. 가장 야박하고 까다로운 이들이 물건을 사는 곳이다. 이 사람들이 선택했고 칭찬까지 받았다면 주저하지 않고 다음 온라인 쇼핑몰로 진출할 것을 추천한다.   




이전 05화 하기 싫은 일들만 100만 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