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눈깜박도 하지 말 것
모든 것이 좋았다.
열심히 살아가는 나도
스스로 계획하고 꾸려나갔던 오픈도
성공적인 첫 판매도
자율적인 시간 관리도
모든 과정이 고단하기는 했지만
생기 돋는 삶의 시간이었다.
내가 욕심으로 그 유혹에 넘어가기 전까지는..
스마트스토어에 내 가게를 만들고 승인신청을 했다. 어떤 까다로운 승인이 아닌 기본적인 검정의 시간인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그때는 그조차도 공무원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하루 만에 스마트스토어(?) 관계자라며 전화가 왔다.
사실 관계자라고 확실히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스마트스토어라는 말에 당연히 나는 판매승인이 났다는 전화라고 생각했다.
나처럼 초보 사업자를 초기에 도와주는 것이라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는 말들 뿐인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거나 대박을 조금이라도 꿈꾼다면 그 말이 헛되다고 깨닫지 못한다.
각 지역에서 1~2명씩만 선택하여 판매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고 광고지원을 해준다는 것이 요지였다. 내 나름 생각하기엔 스마트스토어도 초보 판매자들을 계속 유입하고 판매가 많이 이루어져야 그 시장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정책(?)이라 착각했다.
내 물건은 수공예품이기에 대량 주문을 감당할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잠시 망설였지만... 나는 할 수 있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반복되는 작업이 되면 손이 빨라질 것이고 정말로 감당이 안될 만큼 주문이 들어오면 가족부터 친구까지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라고 간단한 해결책을 떠올렸고 내 몸이 부서져도 좋으니 그런 일이 생기기만 하라며 허황된 꿈에 부풀어 올랐다.
간단하게
"네"
"할 수 있다."라는 답변으로만 일관하던 나에게 담당자는 말했다.
"정말로 하실 수 있는 것 맞나요? 이거 주문 들어가는데 감당 못하는 상황이 되면 저희도 참 곤란합니다. 사장님의 의지와 능력이 꼭 필요한데 이렇게 의욕 없는 듯한 대답은 처음이라.. 걱정이 되네요. 저희도 한 두 분에게 기회를 주고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별 생각이 없으시면 다른 분으로 해야 해서요~! "
라고 말이다.
내 의심을 완전히 거두어들이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나의 관심은 온통 무미건조한 내 말투로 옮겨갔다. 아차 싶었다. 나는 원래 좋아도 방방 뛰지 않고 싫어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 그런 성격과 그런 말투이다. 그것이 이 사람에게 의욕 없이 비치고 불안감을 주었나 싶었다.
"아니에요. 처음 있는 일이라 생각이 좀 많아져서 그렇습니다. 할 수 있어요. 지원 제가 받고 싶어요."
쐐기를 박았다.
그렇게 나는 그들이 쳐놓은 덧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마지막 의심을 걷어간 뒤로 나는 일사천리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하란대로 했다.
지금 미리 말하지만 사실 사기까지는 아니다.
법 테두리 안에서 행해지는 엄청나게 얍삽한 마케팅이라고 하겠다. (그게그말이지만)
몇 백만 원의 광고비가 들지만 (행운에 당첨된) 나는 아주 적은 돈만 지불하면 된다 하였다. 그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카드결제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내 수중에 돈은 그들이 요구 돈에 반에 반뿐이었다.
퇴사하고 통장에 남은 돈들을 야금야금 써왔던 탓에 내 통장에 남은 돈이 너무 적었다. 바쁜 남편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내 선에서 일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이런 일에 돈을 달라고 하기 싫었다.
그들은 그냥 지금 있는 돈만 일단 지불하고 계정세팅 후 잔금은 추후 납부해도 된다고 했다.
무리수를 두어 진행하거나...서둘러 진행되는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
밤이 되어 남편이 퇴근을 했다. 나는 돈 이야기도 해야 하고 스마트스토어에서 지원을 해준다는 자랑도 해야 했기에 말을 꺼냈다. 나보다 세상을 훨씬 잘 아는 남편이었기에 혹시 몰라 확인해 보라며 계약서도 보여주었다.
"하... 완전 사기 당했구만!!!"
당사자만 모르고 제삼자는 다 아는 그 사기, 왜 당했지??? 분명 스마트스토어 직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스마트스토어에 입점신청만 해놓은 상태이므로 그들만이 내 정보를 알 수 있다 생각했다.
그 세계의 체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입점 신청한 사람들의 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랬다. 그들은 입점신청한 사람들의 정보를 귀신같이 캐치하여 광고를 진행하게 하는 사기 아닌 마케팅 업자들이었던 것이다.
다음날 나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환불해 달라는 전화를 했다. 역시나.. 계정세팅을 조금 해놓았다는 소리와 함께 계약서의 환불조항을 내밀었다. 진행이 조금 되면 거의 환불이 안된다는 그 조항. 읽지도 않았던 그 자그마한 글씨 말이다.
그러면서 인심 쓰듯 하는 말이 계약금을 모두 내진 않았으나 그 돈까지 받지는 않겠다고, 다만 환불해 드릴 금액은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 내가 날린 돈이 40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 다행히(?) 통장에 돈이 없었어서 말이다.
하루아침에 몇 날며칠 고생하여 벌어들인 내 소중한 수입의 두 배 정도를 그냥 날려버렸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 접시에 코박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온실 속에서만 일하던 공직자들이 퇴직 후 세상에 나와 그 퇴직금을 모두 날린다는 것이 딱 이런 것인가 싶었다. 아직 나는 이 세상에 한걸음 내디뎠을 뿐이었다.
'나 같은 애송이가 얼마나 많을까? 아니, 나만 이럴까? 내가 등신인 걸까? '
온실 속이 싫어 나왔는데, 세상살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코를 베어갔다.
다시는 떠올리기 싫어 완전히 기억 속에 묻어두고 살았던 1년이다. 날린 돈을 메꾸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액땜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나마 이 정도라 다행이라며 온갖 자기 합리화를 시켰던 그 시간들을 되돌이켜 한 자 한 자 적어낸다. 아마도 그때부터 나는 이 사실을 언제가는 꼭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나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생기지 않길 바라며..
욕심은 금물이다. 기대도 금물이다. 공짜는 절대로 없다는 것을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많은 사업자 중에 왜 하필 나에게 혜택을 주겠는가?? 그런 일은 없다. 알 수 없는 혜택과 내가 당첨되었다는 그런 행운은 없다.
노력 없이 거저 오는 행운은, 행운의 탈을 쓴 악마일 뿐이다.
이것은 회사 밖이라는 야생구역에서는 꼭 잊지 말아야 한다.
플랫폼들에 판매를 위한 입점 신청을 하면 수많은 마케팅 회사에서 전화가 온다. 어쨌든 광고를 해야한다 하더라도 사업 초반에는 다음 3가지를 지켰으면 한다.
1. 모든 내용을 의심하고 나에게 돌아온다는 작은 혜택도 의심하는 부정론자가 되자!
2. 반년이든 1년이든, 기간으로 계약하는 것은 절대 금물!! 한번 더 생각하자.
3. 내가 스스로 찾아가는 광고를 하자. (먼저 제안하고 다시 없을 것 같은 좋은기회 일수록 피할 것!)
이번이 지나면 지금처럼 좋은 혜택을 놓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면 무조건 경계할 것.
개인적인 경험으로 극단적으로 말한다고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광고는 수없이 많기에 정말로그 순간에 선택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