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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Dec 01. 2024

그 후로 오랫동안..

플로리스트 말고 꽃풍선 아줌마의 끝..

마케팅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는 하나 둘, 셋넷, 어쩌면 5개까지도 하루하루 판매를 해내왔다. 말하지 않아도 긍정적인 상품후기가 올라오기도 했고.. 부자재를 파는 쿠팡과 스마트스토어에서도 한 번씩 희한하게 주문이 들어오긴 했다.

어쨌건 나의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이랄까...

성심성의껏 만들어 마음을 담아 포장하여 보냈다. 그런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받은 분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바보같이 헤벌쭉하며 그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

주문이 하나도 없는 날도 많았다. 마치 노를 젓고 있는 것처럼.. 내가 하루라도 노를 놓는다면 그 자리에서 맴맴 돌기만 할 뿐이었다.


멈춰 있다가도 열심히 허우적허우적 노를 저어내면 하나 둘 들어오는 주문들..

내 상품이 잊힐 때쯤 들어오는 주문으로 마지막 재료들을 소진할 때까지 판매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다. 더 나아갈 힘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때쯤 나는 기성품을 찍어 내어 택배포장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기에..

아마도 나는 새로운 디자인, 신상 만들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나는 장사가 아니라 정말로 예술이 하고 싶은 것일까?'

 

돈을 벌고 싶어서 플로리스트를 포기하고 판매할 수 있는 꽃풍선을 택하여 뚜벅뚜벅 걸어왔다. 꽃이 좋아 시작했건만 꽃 만지는 시간보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꽃에 대한 감각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천천히 여기까지 왔다.


시간은 훌쩍 지나 내가 사업자를 낸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고 길다면 긴... 잘 버텨낸 시간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없는 듯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나에게는 돈보다는 경험에서 오는 정보로 가득 쌓였다.

그렇기에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돈이 벌고 싶어 시작했지만 나는 사업할 마인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가지 작품을 공장처럼 찍어내며 파는 것이 재미가 없었다.


계속해서 새로움을 시도했고 그렇기에 계속해서 후기가 없는 신상들이 올라오다 보니 판매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어떤 상품이든지 우리들은 상품 후기가 없는 것을 살 때 작은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백번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올린 새로운 디자인, 후기도 하나 없는 이 신상에 주문이 들어오면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내 아이디어가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좋아 판매를 계속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현재 아이디어스는 수수료를 낮추었다. 물론 작가 등급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수수료를 낮추고 대신 월별로 입점 비용을 낸다. 얼마 되지는 않는다. 이 신상에 대한 욕구 때문에 나는 고정비용보다 훨씬 매출이 적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안하며 아직까지 살려두고 있다.


광고는 주기적으로 해주는 것 같다. 때가 되면 희한하게 한건씩 주문이 들어온다.

아 그리고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꽃풍선은 없다.

나는 꽃으로 디자인하고 가꾸는 것을 좋아했고 레터링은 정말로 나를 괴롭히는 하나였다. 흥미도 관심도, 잘해보고 싶은 욕구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꽃풍선이라 하는 것은 레터링이 주가 되기도 한다. 그 문구 때문에 사람들이 구입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 경험상 확실하다. 특별한 문구 한 자락이 있기에 생화대신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제 레터링 작업이 싫다. 풍선도 싫다. 진즉에 싫다는 걸 알았지만 하다 보면 좋아질 줄 알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싫어하는 일도 해야 함을 감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레터링 작업도 공부하며 갈고닦아왔다. 나름 의미부여도 했다. 

축하와 감사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행복한 일이라고..

그럼에도 하기가 싫다. 이토록 하면 할수록 싫은 일이 또 있을까? (레터링과 풍선을 하면 할수록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의 취향이다.!)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간다. 하면 할수록 보람 있고 내 인생을 윤택하게 해주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힐링 드라마에 나온 대사가 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인지 알고 싶으면, 무인도에 떨어져서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 본다."

우스갯소리 같고 매우 주관적이겠지만, 나는 이 판단기준이 참 괜찮다고 생각했다.


무인도에서도 하고 싶은 일...

아마도 나에게 무인도에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꽃을 어루만지고 아름답게 디자인해보는 것뿐이다. 그리고 책과 글, 요가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금 이 일의 끝자락에서 판단하자면 꽃풍선은 아닌 것이다. 여건이 주어진다 해도 레터링은 붙이기 싫다. 철사꽃은 그만 만지고 싶다. 상상만으로도 명확하다.




이제 또 한 번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

후회도 없을 만큼 열심히 달려왔기에 포기도 할 수 있는 시점이 왔다.


나는 조화를 버린다.

그리고 풍선도 버렸고, 레터링도 버렸다.

둥글둥글 앙증맞게 만들어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동안 참 기뻤다.

힘든 작업을 연습해서 성공하는 그 과정도 정말 뿌듯했다.

손가락이 아프고 향기 대신 먼지를 맡느라 짜증이 난 적도 있지만 이 일 덕분에 행복했다.



이제 나는 살아 숨 쉬는 것을 만지려고 한다.

이제 생명을 죽이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리고 나는

진짜 향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
 나는 무작정 내 마음에 닿은 것을 시작했다.
역시나 그것은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 마지막 TIP**


온라인 판매 외에 꽃풍선은 클래스를 열 수도 있다.

공방이 필수는 아니다. 사업지를 내 자택으로 해놓았다면 자택에서 클래스를 해도 된다. 

(나는 졸업시즌 3달 전쯤부터 인형꽃풍선 클래스를 진행했다. 직접 만든 졸업선물은 큰 의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1. 집으로 사람들이 들어온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부담일 수 있다. 너그러운 마음가짐과 철판이 좀 필요하다.

2. 집안 물건은 모두 한 방으로 집어넣고 클래스 공간은 진짜 공방처럼 몇 가지 물품만 나와 있는 것이 좋다.

3. 재료에 있어 취향껏 하도록 너무 많은 선택사항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의외로 거의 다 선택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 해보기에 선택하는 것 자체가 매우 큰 곤욕일 수 있음을 꼭 명심)

4.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일 가능성이 커서 이야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시간배분을 잘하며 정신 차리고 진행해야 한다.

5. 집으로 온다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부담일 수 있다. 전혀 경계심이 없도록 구체적인 사전 설명이 있다면 훨씬 수강생이 많아질 것이다.

6. 마지막으로 돈 때문에 클래스를 열 경우, 훨씬 손쉽게 벌 수 있다고 자만하지 마라. 아마도 경험하면 지금 내가 올린 교육비의 2배를 받고 싶은 생각이 분명 들게 된다. 쉬운 것은 절대로 없다.



그렇지만 이 역시.. 가르치는 보람이 있다.

게다가 매우 만족해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나가는 그들을 보는 것만큼 뿌듯한 것이 없다.

첫 수업은 말도 꼬이고 엉망진창이었지만 원래 처음은 다 그렇다.

나는 집에 초대한 손님을 깍듯이 대접하듯 첫 수업을 진행했고 몇 번의 경험 끝에 단체강의도 했다.

하고자 한다면 할 수 있다.

만들기에만 국한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분명 매우 힘들다.

하지만 힘든 만큼 성장한다.

분명 명확한 지식이 있다면 겁내지 말고 도전해 보기를 바란다.


도전하고 부딪혀야만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갈 수 있다.
힘이 좀 든다. 아니 많이 든다.
죽을 만큼은 아니니 그 힘듦을 껴안고 나아가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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