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생활은 이것부터 적응해야 해!
'어쩌면 나는 이날을 위해 꿋꿋이 살아왔을지도 몰라...'
결혼부터 지금까지 나는 남편의 직장에서 딱 한번 주는 외국살이 기회를 바라보며 살아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5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는 살짝 포기도 하며 그리 준비도 하지 않았지만, 내 삶의 방식엔 언제나 '언제든 떠날 준비'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살림을 했다.
당장 필요한 것, 당장 먹고살 것들, 아이가 커나가는데 필요한 것 등 생활필수품 위주로 소비를 했고 장기로 보는 가구나 그릇 등은 수많은 고민 끝에 구매를 하거나 말 거나였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드디어 우리는 영국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진짜 준비는 지금부터!!
부푼 기대는 잠시뿐.. 눈앞에 펼쳐지는 끝도 없는 to do list 속에서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살아가던 우리는 시골집으로 이사를 했다.
영국으로 떠나기 전 2달,
해외 시골(?) 살이를 하기 전 우리는 마치 준비운동처럼 한국시골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시골에 살아볼 기회도 없고 어쩌면 작디작은 영국집에 살기 전 아파트를 떠나 이런 곳에서 경험하는 것이 아주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마당이 있는 집에 대한 로망과 함께 말이다.
이사 오면 크게 집안 청소할 일도, 설거지할 일도 반으로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남은 시간은 마당에 나가 줄넘기도 하고 잡초도 뽑고 아이들과 흙놀이도 하겠노라며 즐거운 미래를 상상했다.
이사 첫날부터 나는 나의 로망은 진짜 로망일 뿐이란 것을 직감했다.
명절 때마다 지냈던 곳이기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사람이 하루이틀 지내는 것과 살림살이를 두고 살아간다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일단 계절의 문제도 있었다.
한국의 여름시골은,,, 로망을 펼치기엔 벌레가 너무나 많다.
1.마당에 나가 뛰어놀기??
아주 잠시만 문 앞에 나가도 모기에게 물어 뜯기기 십상이었고 어둑어둑해질 때면 집 앞마당에 서있는 것도 마치 쥐라기 월드에 와있는 것처럼 오싹했다.
2.마당에서 흙놀이하고 잡초 뽑고 꽃도 심어보겠다는 귀여운 상상,
잡초는 생각 이상으로 쑥쑥 자라나고 마당의 개는 그 잡초 사이로 응가를 하고 다녀서.. 눈을 부릅뜨고 조심조심 걸어 다녀야 했다. 그런데 그 흙을 가지고 논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3.마당에서 바비큐를 구워 먹는 일조차 불가능이었다. 이미 대한민국의 여름은 사막만큼 더웠고 게다가 시골의 여름은 정말로 한층 더 더웠다. 수많은 벌레들과 함께 푹푹 찌는 더위는 바비큐 해 먹다 익사하던가 모기밥이 되어 기절하던가 둘 중 하나였다.
어쨌건 그중 으뜸은 벌레였다.
벌레만 없으면 좁든 덥든 어떻게든 버텨볼 텐데 이놈의 벌레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을 듯했다.
다음은 눈뜨고 거실로 나가거나 화장실에 첫발을 디딜 때면 후다닥 움직이던 놈들이다.
<흉측해서 미안해...>
한국의 현재 70대 어른들이라면 아마도 비슷한 생활습관을 가지지 않았을까.
몇몇 아주 야무지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우리 엄마를 포함한 시어머니의 집을 보면 사실 비슷하다.
정리정돈이라는 생활은 유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옛날에는 집안 정리만 하며 살 수없는 환경이었던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흉을 볼 생각은 전혀 없다.
현실을 알아간건 이사 당일, 이삿짐을 내리는 순간부터였다.
짐을 두기 위해 물건을 들어내니 벽이며 바닥에 곤충이며 벌레들이 참 많이 죽어 있었다.
집에서는 한 마리도 제대로 잡지도 건져내지도 못했는데
지금 땀 흘리며 가구 놓을 곳을 쳐다보는 이삿짐 사람들과 함께 청소하는 시어머니와 함께하니 벌레더미들을 망설임 없이 쓸어내고 있는 나를 보았다..
'그래 ! 역시 사람은 적응을 잘하는 동물이야..!! '
라고 되뇌었지만 매일 아침 화장실에 들어가면 후다닥 움직이는 벌레에는 적응이 쉽지 않더라...
어쨌건 나의 벌레 면역력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돈벌레가 있다는 것을 안다.
잠을 잘 때 가끔씩 엄지손톱만 한 나방이 커튼에 붙어 있기도 하다.
이 이 정도쯤이야 눈감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난다.
예전이면 잡을 때까지 잠 못 드는 날들이었을 것이다.
벌레에 적응인지 포기인지
나는 달라지고 있다.
달라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