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취미가 생긴 것 같다.
도시에서는 하루의 시작을 여는 사진을 종종 찍었었다.
나는 아침노을이든 저녁노을이든 붉은빛의 하늘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두 아이와 아파트 안에 콕 박히어 저녁일과를 보내고 나면 저녁노을을 보러 나오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이곳에 이사를 와서는 아침인지 저녁인지 하늘이 지금 어떠한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
밖으로 나가기도 그만큼 쉽다.
다만, 더위가 기승을 부려 낮에는 도시보다 덥다.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요즘은 별일이 없다면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간다.
그리고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카메라를 꺼내기 시작했다.
찰칵찰칵...
뚜벅뚜벅.. 깔깔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맑은 하늘, 그리고 매일 하루가 다르게 익어가는 곡식이며 과일들, 그 푸릇함이 나의 카메라가 주머니에 그냥 있을 수 없게 만든다.
갈 때 다르고 들어갈 때 다른 하늘이다.
매번 같은 길을 다녀도 왜인지 매번 다른 색깔이고 다른 모습이다.
이 길을 아이들과 걷고 있노라면 하루의 고단함이 정말로 씻겨가는 느낌이다.
나는 취미가 없다.
평생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독서라고 해야 할지, 말하기 민망한 드라마 보기라고 해야 할지 고민만 하다 그냥 취미가 없는 게 내가 생각한 답이었다.
무엇인가를 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하는 것이 아닌
그저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무의식적으로 나를 이끄는 것이 생겼다. 바로 자연사진 찍기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취미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지속성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자연에 있는 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방구석에만 있지 않는 한 나의 카메라는 쉬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나이 40에 처음으로 취미라고 말할 만한 것이 생겼다.
나만 보기 아까워서, 아마도 나만 황홀해할 사진들을 올리고 싶어진다.
아마 누군가는 이 사진이 대신하여 하루의 고단함을 날려줄 것 같기도 하다.
시골의 삶에서 가장 큰 장점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이게 아닐까 싶다.
오늘은 일기보다는 사진에세이 같기만 하다.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자꾸만 감상에 빠져든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 하늘... 지구 반대편에 가도 아마도 나의 카메라는 초록잎과 하늘을 향해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