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살아가는 나를, 잘 모르겠다.
처음 이사 올 때부터 나는 정원을 만들고 싶었다.
꽃농사에 대한 꿈을 살짝 가지고 왔지만 정원은커녕 잡초 한오라기 조차 뽑지 못하고 살고 있다.
날이 너무 더워서, 벌레가 많아서, 시간이 너무 없어서 등등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몇 년 뒤에 하겠노라 다짐만 하면서 동네를 살펴본다.
이곳은 인구가 정말 없다. 밤길을 걷다 보면 개 짖는 소리가 그토록 무섭다. 아무렇지도 않은 남편은 남자라 그렇다 치더라도 나의 시어머니도 나처럼 젊은 시절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 여쭤보았다
"어머니도 처음엔 밤에 혼자 다닐 때 좀 무서웠죠?"
나는 나처럼 무서움을 타길 바랐다. 그리고 세월이 해결해 주는 일이기를 바랐다.
"아니~ 그때는 사람들이 많았어, 동네에 아이들도 많고 사람이 많이 살아서 이리 무섭지 않았어~"
..워낙 나보다 강한 사람이기에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어쨌건 지금은 모두가 떠나고 텅 비어 있어 예전보다더 무서워진 것이었다.
그 뒤로 이곳에 잠시 정착하려 왔던 사람들이 결국 정착하지못하고 거의 다 떠나간다고 한다. 이해가 된다. 나야말로 못견딜텐데.. 이곳의 터줏대감인 시어머니와 함께 다니고 있기에 살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이 아닐까?
동네를 걷다 보면 간간히 이렇게 혼자 밭일하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어떤 분은 생계를 위해서, 어떤 분은 너무너무 심심해서, 어떤 분은 돈 버는 게 재미있어서 등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내가 이곳에 와서 지낸 시간은 한 달 남짓, 앞으로 남은 기간도 한 달 남짓이다.
내가 시골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의 딱 반이 지났다.
시골의 경치는 무척이나 아름다우면서도 무척이나 낡았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왜냐하면 이리도 아름다운 풍경이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해 경관을 해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라에서 또는 시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정비를 해준다면 해외 못지않은 풍경을 만들어 낼 법도 하다.
새벽에 나가 땡볕에서 밭일을 하는 농부들..
새벽에 일어나 일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원일도 새벽에 나가야 한다는데 나는 언제든지 일거리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할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일상적인 삶이다.
밤에 서서히 거니는 것도 혼자 못할 텐데 내가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살 수 있다면 나는 이곳에 살 수 없을 것이다.
해가 있을 때만 나돌아 다니고 해가 지면 문 밖에도 자유롭게 못 나드는 삶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을이 다가온다.
일 년의 과실이 드문드문 맺혀 보기 좋다.
내 인생의 과실은 몇 살에 맺힐까??
지금 당장 땅을 일구고 씨를 심어야만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조금 한심하다.
요즘은 왜 이리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고 잠도 잘 자는지....
그 어느 때보다도 꿀잠을 잔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이래서 과연 내가 새벽일을 하는 정원사가 될 수 있는 거 맞냐고~~!!!!
자책 아닌 자책을 하며 무서움이 많은 내가 심히 한심스러운 밤이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곳에서
현실적으로 살아가기에 너무나 나약한 내가
세월이 지나면 그저
당연히 강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