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번째 퇴사를 강행하다.
그렇게 마음속에 또다른 나의 길을 생각하며 살아가던 중 한통의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네. ㅇㅇ 우체국 김**입니다.”
“안녕하세요. 공주우체국 인사팀입니다. 이번 티오난 자리에 김** 씨 차례가 되어 연락드렸습니다.”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공주우체국에서 나의 차례라며 합격소식보다도 더 기쁜 소식을 전해 듣는다.
무조건 예스예스예스!!! 말로 하면 멀해!
그런데 이상한 조건이 있다.. 그냥 나의 상식대로 돌아가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암!
이곳의 인사과장의 허락이 있어가 간다는 것이다.
이곳의 인사과장이라 하면 이 조직에서 가장 말 안 통하는 막무가내로 유명한 당진 토박이 과장님이다.
**멘탈붕괴자 김 과장님 에피소드 **
복직 후 11월 어느 날..(그날은 공교롭게도 내 생일이기도 했다.)
북한에서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날이다. 연평도는 안타깝게도 당진 근처이기도 했다.. 비상사태였다.
그날도 어느 정도 서류정리를 꼼꼼히 하고 비상사태이니 대기를 하다 퇴근을 했었다.
퇴근 후 걸려오는 한통의 전화,, 인사과장이다.
"여보세요"
김 과장: "김** 씨 나 인사과장이유~ 지금 어디유?"
“저 좀 전에 집에 들어왔습니다."
김 과장: " 뫼~야!!! 아니 지금 우리나라에 폭탄이 떨어졌는데~!! 전쟁이 나게 생겼는데! 공무원이 어디 집에 들어가 있어~!! 우리가 국민의 총알받이야 총알받이!!"
그렇게 씩씩거리며 한바탕 퍼붓고는 전화를 끊었던 인사과장이다.
이 말도 안 되는 과장의 발언에 어떻게 전화를 끊었는지도 알 수도 없었다.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건 아니지? 이게 지금...... 무슨 일.... 총알받이라니.. 연평도라도 건너가라는 말인가?나 군인 아니고 일게 우체국 행정직 입니다만요.. 흑
그나자나 이놈의 회사는 왜 할 일 다 하고 퇴근만 하면 그러냐고!!!!!!! 게다가 오늘은 내 생일이야..... 흑 흑.... 북한에서 큰 선물을 주었네 ㅠㅠ'
그랬다. 김과장님은 저 정도의 예시는 새발의 피밖에 안될 정도로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었고 바로 그 막무가내 과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어떻게 말을 할까 고민고민 중 우체국으로 전화 한 통이 왔다.
"네 OO우체국 김파랑입니다."
김 과장: “나유 인사과장~ 잘 지내는감?? 거두절미하고 공주에서 부른다고 들었소.”
"네 과장님 안 그래도 그 건으로 전화드리려고 했습니다."
나의 말을 끊어버리고 막무가내과장이 말한다.
김 과장: “우리가 인력이 부족해서 갈 수가 없어융~ 김파랑 씨가 빠지면 그 자리 채울 인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다음번 기회에 사람 올 때 가유”
"네??? 안됩니다 과장님 ~! 저 이번기회 지나면 또 1~2년은 기다려야 하는데 꼭 가야 합니다! "
김 과장: “그럼 여기는 어쩌라고 그런 무책임한 생각을 해!”
"과장님~! 안됩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 보내주세요..."
거의 울먹이며 매달려본다.. 아무 소용이 없다..
약자에게 더 강인한 분이란 걸 잠시 잊었다.. 울먹일수록 내가 약자가 된 거였다.
분노가 치솟는다.
“저 이번에 안 보내주시면 사표 쓸 겁니다. “
진심이 홧김에 나와버렸다.
김 과장: “사표?? 사표 써!! 사표 쓰더라도 공주는 못 가!!!”
하고 전화는 끊어졌다.
'이제 끝이구나....................................... '
분노와 답답함 그리고 서운함, 괴로움이 뒤섞여 하나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소용돌이쳐 주체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였다. 그렇게 나는 정말로 사표를 쓰기로 했다.
이제 가슴속 묵은 사직서가 정말로 나올 때인가 보다..
다만 이곳에서 정든 사람들과 정리하고 피해 주지 않도록 일정리를 다 하고 나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며칠뒤.. 인사이동이 있던 날
내 나이가 삼재인가.. 이건 드라마에만 있을 일이다. 문제의 인사과장! 바로 그 김과장이 당장 월요일부터 이 우체국의 국장님으로 오신단다.
(엄마우체국의 과장이면 자식우체국엔 우체국장으로 오는 것이다.)
왜 하필 당신입니까.... 나는 그나마 마무리하기로 한 것도 못하게 생겼다. 그냥 당장 정리하고 이곳을 떠나야 한다. 부딪히고 싶지 않다.
'날 이곳에 붙잡아놓은 분노유발자와 함께 일까지 하라고...?'
2년 가까이 가슴속에 품고 있던 그 사표를 쓰기로 한다.
'당장 내일 나간다.'
마침 바로 잡힌 현재 우체국장님과의 송별회가 저녁에 있었던 차였다. 송별회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남은 업무정리와 함께 동료 직원 몇 명에게 작별인사 겸 말하지 못한 감사함을 몇 자 적어 책상에 두고 자리정리를 마친 뒤 우체국을 유유히 나갔다...
고민을 2년 하고 행동은 하루면 되었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퇴근이다.. 버스를 타고 매일 달리던 논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일은 저질러졌다...
무난한 하루가 지나면 그날도 꺼내지 못했던 사표를 막무가내 과장이 꺼낼 용기를 주었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착잡하다... 시원섭섭하다... 아니 이럴 운명이었다.... 그런데 조금 무섭다....
이 두려움은 멀까..?
아기 코끼리를 어릴 때부터 쇠사슬에 묶어 두면 시간이 지나 그 쇠사슬을 풀어주어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고 한다..
동물이라 그런 것이 아니다. 인간도 다 그런 것이다.
그 아기코끼리가 어떤 심정이지 그 당시 나는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감정을 추스를 시간도 없다. 앞으로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엄마에게 머라고 하지.....? ’
항상 가장 큰 난제인 부모님 설득하기가 걱정이 된다..
일단 며칠간 재워줄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몇 가지 짐을 싸서 올라간다.
그렇게 바라던 집이 있는 곳에 왔는데 집에 들어가지를 못하고는 친구네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어리숙한 나는 아무도 모르게 공직을 탈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