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리면 나갈 구멍을 찾는다.
어떤 곳인지 알고 돌아왔기에 이번에는 나름 대비를 했다.
퇴근 후에도 이것저것 해보자고 다짐했다.
이젠 귀신 숙소도 아니니 학원이라도 다녀볼까?
생산적인 것을 하기 위해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본다. 예전날 지나가며 본 어학원에 올라가 보지만 운영 중이 아니다.
도서관도 기웃거려 본다.
의미가 없다.. 마트에서 안줏거리 몇 개와 맥주 두 캔을 사서 터벅터벅 돌아온다..
‘결국은 먹는 거뿐이로구나.. 흐흐흐흐 크크크크 ’
원룸에서 매일매일 한 여자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번엔 내가 스스로 귀신숙소로 만드는 거 같다.
그래도 이곳에서 적응하며 살아보고자 발버둥을 쳐본다.
긍정적인 생각의 물고를 틀기위해 살펴보니 기다리다 보면 다시 집에서 다닐 수 있도록 집 근처 도시로 발령이 날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희망근무 지역을 써놓고 순서대로 기회가 돌아오니 기다려보기로 한다.
집에서만 출퇴근해도, 그리고 퇴근 후 친구도 만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독인다.
여전히 한 시간 반마다 오는 버스 덕분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7시 차를 타고 출근한다. 출근시간에 맞춰 들어갈 버스는 이것 하나, 다음 버스는 없다.
우체국 문은 9시에 여는데 8시도 전에 도착해 버린다... 생각지도 못하게 일찍 출근하고 청소해 놓고 준비해 놓고 기다리는 모범생이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버스에서 깜박 잠이 들었는데 눈떠보니 바다 언저리 항구더라..
마지막 정거장이었기에 무작정 내려야 했다.
이런 경험.. ? 상상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한다.
버스에서 졸다 보니 바닷가에 있는 것은 꿈에서나 나올 일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돌아갈 버스도 차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나가려는 버스를 한 대 성큼 탔다가 공장만 있는 오지의 어딘가에 내려주었다.
다 큰 성인이 길을 잃어 우체국에 전화해 데리러 와달라고 한다. 그런데 굳이 국장님이 데리러 오신다..
휴..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점점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일이 있어도 한 사람이 이일 저일 체계 없이 다하느라 엉망이고, 일이 없으면 없는 데로 그 틈에 국장님이 보험압박을 가해온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 후 집에서 의미 없는 TV시청과 함께 잠을 자고 일어나면 또 똑같은 일의 반복.
나의 하루는 그렇게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처럼, 반복적인 일의 일개미가 되어 이젠 누구를 위한 일인지도 모르게 흘러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인생의 풀 수 없는 철학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매일매일 쳇바퀴를 돌리면서 매일매일 소크라테스와 싸우고 있다.
//나는 누구이지.
나는 무엇을 위하여 여기서 일하고 있지.
이 일의 끝은 무엇인가.
목표는 무엇인가.
이 사회의 목표는 승진?? 그것을 이루면 나는 행복한가..?
그 이루고 싶지 않은 목표를 이루기까지 일평생을 바쳐 살 수 있는가..?
나가면 무엇을 할까.?
이러니 저러니 하면서 나이는 27세의 여자인데 어디서 나를 받아주기는 할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속에서 정리!! 정리를 일단 해본다.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낭비하는 듯한 일은 싫다. 열정적인 일이 좋다. 그리고 내가 판단하고 내가 스스로 이끌어가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는 나의 의지나 자유 따위는 없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간혹 지시하는 것을 충실히 수행하는 멋진 일꾼들이 있다. 그분들의 삶을 하찮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이 평범함을 꿋꿋이 그리고 성실히 몇 십 년 해나가는 진정 대단한 사람일 수도 있다..
나는 그러기엔 이곳에서의 그릇은 너무나 작다. 아니, 나의 인생목표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곳은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못된다.
그저 보고 있으면 행복한 것을 자연스레 찾아가 본다..
힘들어도 참을 수 있는, 보람과 만족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이제는 정말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이야기해 보아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 대부분이 명확한 꿈이 없이 그저 돈을 벌기 위해 그리고 그 돈을 적당히 먹고 쓰고 안정감을 찾기 위해,
말 그대로 적당히 잘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어찌 생각해 보면 나도 그냥 안정적인 그럴싸한 직업을 갖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죽도록 달려오지 않았는가!.
진정 나를 위한 일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정말 중요한 나를 채워주는 일.. 나의 삶... 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모두 그런 것이었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생각하기로 했다.
정말 소크라테스가 여러 제자들과 치열한 토론을 한것처럼 ..나의 내면의 소크라테스와 토론한다.
인간의 본성부터 사는 게 무엇인지, 다른 사람의 시선 말고, 거품 따위 모두 다 빼고 내가 만족하는 나의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간절히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바로 쇼핑몰 운영!
사실 내향적이고 무뚝뚝하면서 말수가 적고 남에게 부탁이나 아부는 물론 조금의 아쉬운 소리하나 못하는 희망이었다. 그래서 영업과 관련된 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일단 보험판매에 넌덜머리가 났던 차이다.
옷을 파는 것도 호객행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옷을 참 좋아하면서도 생각도 못했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것이 생겨났을 때였다.
온라인 쇼핑몰이라면 적어도 직접 사람을 만나 아쉬운 소리는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머든지 일단은 쉽게 생각하는 게 장점이자 단점을 가진 나였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온라인상에 펼쳐놓고 , 시장도 매일 돌아보고 역동적이게 살 수 있어 게다가 돈도 잘 벌 수 있어~!”
서울에서 본 언니들처럼 살 수 있는 환상적인 상상에 사로잡혔다.
그래 쇼핑몰이다..!
언제나 남는 시간이면 온라인 쇼핑몰을 100여 군대도 더 넘게 서핑하면서도 질리지 않았고 맘에 드는 옷을 찾고 찾다가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간간히 해왔던 나에게 목표가 생기니 너무나 행복하다.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배우고 발품 팔고... 다 좋은데
어쨌든 밑자금이 필요하여 이곳에서의 퇴근 후 생활과 병행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차근차근 알아보기로 한다.
일주일을 주말에도 남아 시내를 샅샅이 뒤져본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어학원하나 제대로 없는 이곳에서는 멀 준비할 수가 없다.
서울로 가야 한다..! 서울이면 퇴근 후 동대문 시장이든 남대문 시장이든 돌아다니며 준비할 수 있을 텐데 아무것도 못하고 발만 묶여 인터넷만 돌아다녀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