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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퍼즐

말레이시아 말라카

by 져니박 Jyeoni Park

쿠알라 룸프르 어느 시장 근처에서 자그마한 콘서트가 열렸다. 나는 하나 같이 알지 못하는 노래였는데, 주변 관객들은 다들 추억에 젖어서는 동시에 이상한 소리를 냈다.

"히~~~~하!"

그런 추임새쯤이야 나도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었지만, 춤이 시작되자 나는 무리에서 튕겨 쳐 나왔다.

나 말곤 모두 이 춤을 아는 듯했다. 그들의 스텝은 정확했고, 엉덩이를 살랑 거리며 턴을 했다. 춤을 추는 그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넘쳤다.

나는 멀찌감치 그들을 보면서 이제야 조금 알 것 갔았다.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의 다채로운 색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한 가지 색깔이 되는구나.


그렇다고 말레이시아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이 나라를 속시원히 정의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떠나는 그날 까지도 여전히 이 나라가 내겐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말라카로 내려왔다.


말라카란 도시는 적당히 활기가 넘쳤고, 또한 평화로웠다. 마을 가운데에는 수로가 있어 보트가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나는 그때 여행 5개월 차에 접어들어 지쳐갈 때쯤이었다.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고 그냥 이대로 집에 돌아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주일이 되어 한인교회를 찾아갔다. 교회는 시내와는 조금 떨어져 도롯가 건물에 있었는데, 2층으로 올라가 보니 벌써 예배가 시작해 있었다. 잔뜩 놓인 의자들에는 열명이 채 되지 않은 성도들이 앉아 있었고, 단상에는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 보이시는 목사님이 설교를 하셨다.


"가기 전에 한 번 보자고요! 내가 말라카 한 번 구경시켜 주게."

점심까지 얻어먹고 나오던 길에 목사님이 다시 보자며 나를 배웅했다. 그러나 나는 반신 반의였다. 어쩌면 내일 당장 떠나고 싶어 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정말 며칠 후에 목사님과의 만남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거기다 말라카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성도님 한 분도 함께 했다.


우리는 쇼핑몰에 있는 인도 식당에서 점심을 먹음으로써 투어를 시작했다. 식사를 하며 목사님은 그간 이곳에서 선교를 하시며 쌓은 말라카에 대한 지식을 쏟아냈다. 그분의 목소리는 마치 내레이션을 듣는 것과 같았고 설명 또한 명료했다.


"왜 여기에 뜬금없이 풍차가 있을까요?"

"우리나라 성경은 영어에서 번역되었을까요?"


그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던 조형물과 건물들이 목사님과 다니니 새롭고도 달리 보였다.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던 시절 남겨진 문화들, 중국계 남성과 말레이계 여성이 결혼하여 만들어진 문화 '바바-뇨냐', 그리고 우리말 성경 번역이 말라카가 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등등...


재밌는 사실들을 알아가던 동안 어느새 우리는 이슬람 사원 앞에 도착했다. 목사님은 서슴없이 사원으로 들어가 우리를 구경을 시켜 주었다.

"이슬람교 사람들은 마음으로는 하나님을 믿을 수 있어도 생활까지 바뀌긴 힘들어."

나는 얼떨결에 히잡까지 쓰고 사원 안을 둘러보게 되었다. 거기서 들은 목사님의 이야기에 이슬람권 사람들에 대한 선교활동이 쉽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유명하다는 두리안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오던 길. 어느 여선교사님의 묘지를 찾아가던 길에 만난 나무를 보며 목사님이 말했다.


"저 나무 좀 봐요. 저게 한 종류의 나무가 아니거든. 여러 종류가 합쳐져서 잎사귀 모양이 여기 다르고 저기 다르잖아. 꼭 말레이시아처럼."


정말로 그랬다. 멀리서 보면 꼭 하나의 나무 같은데, 자세히 보니 각각 다른 잎과 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걸 본 나는 이제 말레이시아를 떠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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