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속에서도 살아남는 생존의 법칙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내가 사모펀드매니저로서 전성기를 달리고 있던 시기였다. 매달 고객들을 모시고 뉴욕, 런던 등에 출장을 전 세계에 나와있는 메자닌 대출을 쓸어 담고 있었다. 출장 중에 누리던 비즈니스 항공권과 비싼 음식과 와인은 지금 생각해보면 상상도 할 수 없이 비싼 비용이었지만, 다음달에 또 벌면 되는지라 크게 개의치 않고 법인카드를 마음껏 쓰던 시절이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투자가인 워렌 버핏의 투자 원칙을 아는가? 제 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제 2원칙은 제 1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제로금리로 돈이 무제한으로 풀리던 그 시절 나는 워렌 버핏의 투자 원칙을 잊고 있었다.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 투자 가이드 라인은 점점 느슨해졌고, LTV 65% 였던 대출 가이드라인은 어느새 LTV 75%까지 올라가도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고객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였고, 나는 그 높은 수익률을 올려주기 위해 펀드의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하면 최대한 느슨하기 만들지를 고민했다. 결국 느슨한 투자 가이드라인은 더 높은 리스크를 떠 앉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9년 부동산 시장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축제 분위기였다. 2020년 1월, 코로나 팬데믹 발발 직전, 나는 마이애미에서 열린 부동산금융 컨퍼런스에 참석했었다. 컨퍼런스라기 보다는 글로벌 금융기관의 실적 자랑과 술과 음식이 가득한 축제 분위기였다. 매일 밤마다 파티가 열리고 있었고, 투자를 파는 사람과 투자를 사는 사람이 파티에서 어우러져 본인들의 돈 자랑을 하고 있었다. 술에 취해서 수영장에 뛰어들거나, 흥겨운 음악에 맞춰 술에 취해 춤을 추는 장면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 때 그 시절 업계 선배의 조언을 기억한다.
“파티는 계속 되지 않는다.”
그 선배의 조언이 그 때는 마치 파티에 찬물을 껴안는 것은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이 생각해보면 그 말이 진리였다. 2020년 1월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고, 그 이후 지금까지 금융시장에서는 끊임없이 경고음 벨소리가 들리고 있다.
내가 했던, 그리고 나의 동료들과 업계 선후배들이 했던 많은 투자들이 결국 부실화되었다. 높은 LTV의 대출들은 부실채권이 되어서 헐값에 정리되었다. 업계에 있던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지금까지 고객들에게 허리를 굽실거리며 연일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실 죄송하는 말 외에는 딱히 대안도 없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므로 여전히 업계 선후배들은 불안하게나마 직장에 매달려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모든 것이 정리되면 그나마 있던 자리 마저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많은 업계 선후배들이 소리 소문 없이 업계를 떠나 사라졌다.
나는 기억한다. 고객을 위해 펀드매니저로서 첫 번째 투자를 하던 시절, Term Sheet과 계약서를 읽고 또 읽으면서 숨겨진 리스크는 없나 매일 밤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나도 투자 업계에 머무르면서 실적 압박이라는 미명하여 어느 순간 ‘안전한 투자’보다는 화끈한 ‘잘 팔리는 투자’를 팔고 있었다. 비롯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역사적인 사건과 뒤에 이어진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이라는 사건이 표면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나, 그 근본에는 느슨해진 리스크 관리와 경계심을 늦춘 사람들의 마인드가 있었다.
솔리드스톤은 창업하면서 나는 고객의 돈은 한 푼이라고 잃으면 내 사업이 망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 인생도 망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 솔리드스톤은 대표하는 대표자로서 고객들의 돈에 손실을 입힌다면 나와 내 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정 대표, 굳이 복잡하게 2중, 3중 잠금장비를 만들 필요가 있겠어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에게 “제가 그렇게 해야 마음에 안심이 됩니다.” 라고 답변을 드린다.
솔리드스톤은 시작할 때 많은 조언을 주신 선배님께 “제가 지금까지 쌓아온 학벌과 커리어를 버리고 창업을 하는 게 맞을까요?” 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분의 대답은 “정대표가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 이런 구조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거야. 남들이 쉽게 만들 수 있겠다 생각하겠지만, 정대표의 경험에서 나온 솔리드스톤은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거야.”라고 조언해 주셨다.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이 튼튼한 솔리드스톤을 만드는 초석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