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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

수능 그 이후

by ARU Tris

수능이 끝나고 면접이 끝나고 대학이 발표났다.

대학에 합격하여 입시가 완전히 저문 시간에 도달했다.

그토록 바랬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어 기쁨의 몸서리를 치며 그 시간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느껴지는 것은 사라져만 간다.

모든 족쇄가 풀려 놀고 싶은대로, 자고 싶은대로 펑펑 살았다.

오후 3시가 넘어 일어나고, 새벽 4시까지 게임을 하다가 6시까지 웹툰을 보다 잠든다.

때론 친구들과 만나 놀고, 때론 넷상으로 만나 논다.

놀고 놀고 놀았다. 친구와 놀고 혼자 게임도 하고, 인터넷에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1월 1일이 지나고 술을 마시며 놀고.

그렇게 놀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시간을 가진 것처럼 놀고 있는 나인데, 어째서인지 나는 시간을 잃는 기분이다.

고작 몇개월 전에 공부하다가 지쳐 걷던 밤 산책이 사라지고 나니.

아침 일찍 일어나 독서실로 걸어갈 때 커피를 사들던 내가 더이상 느껴지지 않으니.

공부를 하다가 지쳐 소설을 읽거나, 소설에 너무 집중하여 어느샌가 밥 먹을 시간이 다가와버린 그 감각이 없어지니 모든 것이 허무하게만 느껴진다.

소중하게 느꼈던 시간들.

힘듦 속에서 살아갈 때 느꼈던 자유의 감각은, 자유에 파묻히니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익숙함에 사로잡혀 지금의 순간을 온전이 소중히하지 않는 기분은 몇일 전부터 나를 괴롭혀온다.

이제서라도 알았으니 다행인걸까.

하지만 이걸 느끼고 나서부터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자유라는 이름 아래에 게으름은 자라났고 이젠 나를 지배한다.

시간 감각이 어그러지다 못해 이젠 사라져가고, 그러한 시간 속 나는 소중함을 잃어간다.


자유로운 시간을 얻었을 때 하고자 했던 것들.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닌 내가 행하고자 했던 것을 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지금 글을 쓴다.

자유의 소중함을 잊지 않도록.

내 시간을 잃지 않도록.

정신 단단히 차리고 자유를 느껴보려고 한다.

어쩌면 자유로움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힘든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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