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낮은 이들에게, 또 어쩌면 나 자신에게.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타인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이 문장에서 나의 초점은 타인이 아닌 ‘가치를 찾는다’에 맞춰줘 있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고 한다. 내가 만난 자존감이 낮은 많은 사람들은 힘들 때 공통적인 말을 한다.
“나는 가치가 없는 사람인데…”
“나는 없어도 되는 사람인데…”
“나는 쓸모가 없는 사람인데…”
그들은 자신이 가치가,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쓸모를, 가치를, 존재 이유를 타인에게서 찾으려고 한다. 나는 이 행위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이들은 타인에게서 자신의 가치를 찾아내 행복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해당되지 않았다.
나 또한 이런 ‘가치’에 대해서 고민해 봤다. 나의 쓸모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려 했고, 계속하여 벽을 마주했다.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답이 없다는 사실에 기인하여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 냈다. 그리고 그 결론에 의하면, 자신이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은 틀렸으면서 동시에 옳다.
틀렸다는 관점은 저 문장을 타인에게 대입해 보면 된다. 당장 저 말을 말하고 있는 너에게, 나는 쓸모가 없는가? 아마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물어봐라, 네가 쓸모없는 사람인지. 그럼 나는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너는 나에게 가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기에.
한 사람의 가치는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 애초에 가치라는 것은 다른 존재가 매기는 것이기에, 스스로 판단한 0의 가치는 잘못된 값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은 틀렸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나 자신을 쓸모가 없는 사람으로 판단했다. 위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그러나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싫다면, 자신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싶다면, 주체성을 강조한다면, 그러면 자신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말이다, 애초에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사람 한 명 없어진다고 세상이 멸망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규격 외의 존재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일론 머스크와 같이 사라지면 세계 경제에 큰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일반 소시민들 기준에서 말이다. 그중 한 명이 사라진다고 세상은 멸망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가족들이나 주변 지인들은 슬퍼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인들의 삶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 말은 애초에 가치가 유의미하게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냥 당연한 사실이다. 슬퍼할 이유도 없는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슬퍼하는가? 왜 자책하는가?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아쉬워할 것도 없다. 네가 스스로 쓸모가 없다는 말을 한다면 그건 그냥 맞는 말이다. 그것에 대해서 어떠한 감정도 느낄 필요 없는.
인간에게서 가치를, 쓸모를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애초에 우리가 기계 부품도 아닌데 왜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우리가 살고자 하는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이다. 그런데 왜 자신을 옭아매려 하는가? 우리는 그냥 존재한다. 그러니 이왕 존재하게 된 거, 그냥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어차피 인간은 언젠가 죽기에, 어차피 우리는 특수한 목적을 지니고 탄생한 존재가 아니기에, 그저 우리 살고 싶은 대로 살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