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화) ~ 3월 6일(수)까지 일본 도쿄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8박 9일. 약 2주간의 출장 기간 동안 Running Crew 모임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Crew장이 빠진 "일심 Running Crew "의 2주가 걱정되긴 했지만, 부회장이 잘 맡아 진행해 주기로 했다. 문제는 나였다. 2주간 쉬면 다시 시작하기 힘들 텐데.. 오랜 기간 쉬다 다시 뛰었을 때 원래 페이스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 도쿄에서 Running을 해보자!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출장이지만 주말에는 약간의 여유가 있어, 주말 밤을 이용하면 Running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의 Running이라니.. 평소에는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또 쉽게 도전할 수 없을 것 같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 설레었다. 그렇게 러닝복과 운동화를 캐리어 한쪽에 담아 출장길에 올라섰다.
화요일 일본에 도착하여 주중에는 업무에 열중했다. 다만, 출퇴근 길에 Running 코스로 찜해둔 곳은 있었다. 바로 "오다이바 공원"이다. 오다이바 공원은 자유의 여신상, 다이버 시티, 건담 등이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고 도쿄 빅사이트 국제 전시장이 위치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출장 중 이틀은 도쿄 빅사이트 국제 전시장에 참여했는데, 다이버 시티까지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공원이 Running 하기에 좋아 보였다.
그리고 목요일, 이게 무슨 일인가.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2024 도쿄 마라톤"에 대한 내용을 접하게 되었고, 참가자들이 옆에서 사전 접수(?)를 하는 듯 줄지어 있었다. 찾아보니 도쿄 마라톤은 세계 6대 마라톤이라고 하던데, 눈앞에서 그 광경과 참가자들의 열기를 볼 수 있어 참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나도 국내에서 풀 마라톤을 도전하고 나면 세계 마라톤에 도전해야겠다는 버킷리스트를 또 하나 추가하였다.
드디어 주말이 찾아왔고, 오후 5시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오다이바 공원으로 향했다. 내가 정한 코스는 "자유의 여신상에서 출발하여 도쿄 빅사이트 국제 전시장까지 갔다 돌아오기"였다. 처음 달려보는 길이었기에, 달리면서 중간중간 거리를 체크하고 돌아와야 할 지점을 잡을 계획이었다.
자유의 여신상이 관광지인만큼 주말을 이용해 찾아온 관광객들이 많았다. 많은 인파 속에서 몸을 풀고 Running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평소 페이스대로 잘 뛰었다. 하지만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었다. 평소 평지 공원에서만 Running 연습을 했다 보니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서 뛰어본 경험이 많이 없었다. 심지어 참가했던 두 번의 마라톤 코스 역시 평지뿐이었다. 문제는 오르막길이었다. 1km 이후에 마주한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갈수록 숨이 차고, 페이스를 유지할 수 없었다. 얼마 전 본 영화 "1947 보스턴"에서 보았던 상심의 언덕 오르막길이 생각이 난다. 나의 수준에 맞는 상심의 언덕(?)을 만난 덕에 레이스 전체의 페이스는 아쉬웠다. 다음에 또 같은 코스를 뛰게 될 기회가 있다면, 그땐 오르막길에 대한 대비를 잘해서 더 잘 뛰고 싶다.
레이스 자체는 아쉬웠지만, 뛰는 동안 나와 같은 코스를 달리는 러너 3분을 마주쳤다. 그다음 날이 2024 도쿄 마라톤이었는데, 마라톤 전날 몸을 푸시는 것 같았다. 체감으로는 세 분 모두 4분 30초 정도의 페이스로 뛰시는 것 같았는데, 정말 잘 뛰셨다.
아무쪼록 도쿄에서 같은 코스를 뛰는 외국인 러너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반가웠고, 이렇게 해외에서의 특별한 나의 첫 Running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다. 해외라는 낯선 공간에서 낯선 풍경을 바라보며 낯선 코스를 뛰어본다는 것은 Running에 대한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다음에도 여행 또는 출장으로 해외에 나갈 일이 생긴다면, 저녁 Running을 생각할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Running 연습을 계속할 텐데 오르막길 Running에 대한 경험도 한 달 또는 분기에 한 번 정도는 경험해 볼 생각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평소 연습하는 익숙한 장소를 벗어나 다양한 환경에서 뛰어보고 싶었다. Running Crew원들에게도 한 번 제안해 봐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