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30, 네가 갑작스럽게 이별을 고한 날에
*이름이 들어간 부분은 모두 작가명 '찬란'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안뇽 찬란아. 언니야.
너!! 정말 그러기야?!! 가면 간다고 이야기를 하던가! 며칠 전에 말해주면 어떡하냐! 진짜 섭섭해! 흥!!
쫌 미리 말해주지. 에휴~ 막상 진짜 너가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까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고, 꿈을 찾아서 간다는 게 부럽기도 해.. 이 언니는 벌써 고1이 되었는데도 정확한 꿈을 찾지 못했단다..
우리가 만난 지 벌써... 1년 8개월이라니. 우와.. 시간 진짜 빠르다. 난 너 중학교 1학년 때 봤는데 벌써 언니보다 더 의젓한 중학교 3학년이 되어있다니!! 놀라운걸.
자! 이제부턴 조금 솔직해져 볼게. 솔직히 언니는 너가 많이 부러웠어. 그래서 가끔은 널 보면서 괜한 열등감을 느끼는 자신을 보면서 화가 나기도 했어! 너가 워낙 잘났어야지!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아는 것도 많고! 그래서 너가 언니한테 잔소리 같은 거 해줄 때 언니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 같아서 화도 많이 났었어. 나 도와주려고 그런 건데 미안.. 그래서 언니의 성격상 우겨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 그게 틀린 건데도 말이야. 바보 같다.. 내가 언니인데도 불구하고 언니로서 제대로 된 좋은 말도 못 해주고... 맨날 동생인 너한테 듣기만 한 것 같다!
너가 떠나는 날,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이틀 남았나? 너가 떠나면 너가 나한테 했던 잔소리들, 우리 중 머리가 제일 긴 너의 머리카락, 축구 볼 때, 샤이니 볼 때, 드라마 볼 때, 아주 가끔이지만 정말 잘 통했을 때, 너의 그 엉뚱 발랄한 모습, 정말 깔끔하지만 가끔 귀차니즘이 도져서 모든 게 귀찮아질 때 나타나는 너의 폐인 같은 모습, 글을 쓸 때마다 머리를 뜯으며 '아 몰라''어떡해'만 외치고 있던 너의 모습, 모두 다 잊을 수 없을 것 같아.. 그리울 거야.
언니가 1년 8개월 간 같이 지내면서 정말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해. 모자란 언니를 용서해 다오. 나 이제 축구 누구랑 봐.. 내가 방학 때나 언제 한 번 꼭 놀러 갈게! 그러니까 너도 학교에 놀러 오거나 언니네 집에 놀러 와. 올 때 부모님이랑 오빠도 같이와. 우리 집 잘 곳 많거든. 오면 맛있는 것도 해줄게. 이제 누가 내 요리 보조님 해주나..
찬란이 너! 언니 안 잊어버릴 거지? 맨날 맨날은 아니어도 가끔! 아주 가끔! 이어도 좋으니까 연락해야 돼~! 우리 귀여운 막내 찬란이. 가서도 열심히 하고, 언니가 너무너무 사랑해.
2011년 06월 30일 05:21 PM
세상에서 제일 큰 과일
긴 시간이 지나 관계의 거리가 흐려진 인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편지, 사진, 다른 누군가의 기억 속에 담긴 흔적을 좇아가다 보면 잊고 있던 추억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모습을 드러내고, 그제야 그 사람이 얼마나 가깝고 소중했는지 깨닫습니다.
많이 미워하고, 또 많이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이 그리워집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도 댓글로 나누어주세요.
미워하지만 사랑하고, 사랑하지만 미워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