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생각지도 못한 사람

뭐든 내 뜻대로, 날 믿어주는 사람

by 숨쉬는 순간

이번 주부터 열심히 자전거를 탄다. 집에서 자전거로 20분 정도 떨어진 도서관으로 가기 위해. 평소 집에서나 집 앞 카페에만 가서 글을 쓰다가 이제 도서관에서 작업하기로 결심했다. 간만에 자전거를 타니, 평소 출퇴근보다 2배의 힘이 더 들어간다. 부쩍 날씨도 더워지고 가장 해가 뜨거울 때라 그늘 한 점도 없어서 땀도 줄줄 난다. 숨이 너무 차오르면 중간쯤 멈춰서 괜히 도서관까지 가나 싶다가도 멈출 수 없다. 왜냐하면 가는 동안 풍경들이 참 아름답다. 바람에 흩날려 숨쉬는 나무들, 여러 색깔로 피어난 꽃잎들, 다리 아래 길게 이어진 하천을 보면 힘이 절로 난다.


요즘 들어 마치 하루살이 인생처럼 살아간다. 하루 충실히 보내고 조금씩 백지가 채워져가는 걸 보면 그리 뿌듯할 수가 없다. 하얀 화면에 내 생각들로 가득한 글자들이 춤추는 걸 멍하니 바라본다.


아 나 이래서 글쓰기 시작했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도 다 오빠의 배려 덕분이라 여긴다. 그래서 하루도 헛트로 보내려 하지 않는 걸 수도. 퇴근하고 온 오빠를 괜스레 더 밝게 수고 했다고 인사하고, 아침이면 꼭 굶기지 않으려 샌드위치를 싸서 보낸다. 나도 내 자리에서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에.


네가 잘 되든 안 되든 난 상관 없어.


무덤덤하게 내뱉는 말이 참 그 어떤 말보다 멋스러워보인다. 결혼 전, 내가 누구와 결혼할지 일절 생각하지 않았다. 언젠가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할테고, 평범하게 아이 둘을 낳으며 사람 사는 인생 다 그렇듯 가진 돈에서 절약하고 아끼며 살겠지. 결혼하고 30대가 넘어가니, 가장 평범한 나날들, 아무 사건 없는 조용한 매일 매일이 감사한 날이라는 걸 느꼈다. 우리 지금 결혼 생활 잘하고 있는 뜻일 수도?


2년 전, 오빠한테 프로포즈를 받았을 때. 부모님한테 연애한다는 티도 안 냈을 때라 적잖이 당황했다.


"일단 씻고 나와"


둘이 심각한 얼굴로 침대에 앉아 네모난 상자에 담긴 꽃과 신발, 그리고 반지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자다 깨서 머리가 까치집인 상태로 아직 덜 깬 듯 꿈 속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실화니? 일단 자자"


별 얘기 없이 엄만 다시 들어갔고, 그 날 나는 좀처럼 잠을 못 이뤘다. 결혼은 언젠간 하겠지, 시기는 중요하지 않아. 아니,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에 놀람 반 두려움 반이었다. 그 당시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도 없었고 결혼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1년 뒤로 미뤄지긴 했으나 1년 동안은 거의 결혼준비에 가까웠다. 여태 일면식 없던 사람들을 만나 이제 가족이 된다는 게 어쩌면 아리송하지만 참 신기하고 색다른 감정이다. 새로운 가족들이 생긴다는 게 나도 싱숭생숭 했는데 내가 결혼한다고 하니, 첫째 딸의 결혼에 엄마도 생각이 많았는지 갑자기 내 방으로 들어와 울음을 터뜨렸다.


너 어릴 적에 못 해준 게 생각나서.


한때 엄마가 수술을 받게 되서 일주일 넘게 같은 초등학교 친구 집에 들어가 살게 됐는데, 내가 그때 시절 집에 올 때마다 힘들다고 울었다는데, 엄만 그게 마음에 남는지 그 이야기를 꺼냈다. 난 단순한 사람이라 그 시절 재밌었다는 생각 외로 아무런 기억조차 없는 상태였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아빠도 결혼 준비 한다는 말에 말도 없더니 예식장 날짜를 보고 말했다.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식장에서도 내 친구한테 결혼을 너무 빨리한다며 궁시렁댔다고 했다. 사위와 어색한 낯가림 때문에 더욱 그랬을 수도 있다. 가끔가다 오빠가 아빠한테 전화를 걸면 아빠는 막상 받긴 하지만 당황한 목소리가 역력하다. 두 딸내미 집안에서 불쑥 들어 온 남정네를 언제쯤이면 적응 하려나. 매번 술 같이 안마셔주는 두 딸 대신 같이 마셔주는 사위가 생겼으니 말이다.


오빠를 지금도 보면 참 신기하다. 이 사람은 날 만나기 전에 나와 결혼할지 모르고 살았을 텐데, 이 사람도 내가 인생에 생각지도 못한 사람일까. 성격도 가치관도 조금씩 다르고, 다른 집안에서 태어난 우리 둘이 만났으니.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지내고, 장난치고 웃고 떠들 때면 문득 생각이 든다. 하늘에선 사람과 사람의 운명을 어떻게 정해주시는 걸까. 주님은 왜 이 사람을 붙여주셨을까. 서로에게 득이 되는 관계가 아닌, 어떠한 관계로 살아가길 원하실까하고. 평소 내가 가진 단점을 보완해주는 오빠, 서로 양보하며 이해하고 맞춰가는 지금 이 시간이 우릴 더욱 성장시켜주고 있다. 전보다 더 나은 나로, 또 서로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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