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필요한 것만. 진짜 사야할 것만. 소비하기 전 생각하기.
1월달 직장을 퇴사했다. 조무사로 일하면서 사람에게 지쳐 더는 못하겠다고 생각했기에. 이기적일지도 모를 내 판단과 남편의 존중 덕에 마음 편히 집에서 쉴 수 있게 됐다.
"퇴사하면 놀지 않아. 열심히 글도 쓰고 다른 일도 찾아볼게"
마음 한 켠에 아직 내가 진정 원하는 꿈이 자리 잡고 있다. 출판사와 계약하고 아직 쓰지 못한 한 편이 언제 어디서나 나를 따라 다닌다. 출판사도 아마 2022년의 2편을 마지막으로 내 이름도 잊었을테데.. 남들이 보면 뭘 그걸 계속 여태까지 붙잡고 있냐고 묻고 싶겠지만은. 내가 마음에 들 때까지 못 놓는 탓에 그렇기도 하다.
브런치 글쓰기도 몇 차례 수정하다보면 도저히 글을 내지 못할 것 같기에 일단 꾸준히 써보기로 결심했다. 나보다 훨씬 글을 잘쓰는 작가들과 뛰어난 필력을 가진 작가들도 무진장 많다. 내면에서는 다른 일도 찾아보면 좋겠다곤 하지만 대체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묵묵히 글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글을 쓰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제 밥벌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통장은 텅장이 되도 마음은 풍족하니 좋다.
"돈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거야. 아끼지 말고 걍 써. 이렇게 쉴 때 푹 셔."
남편이 요즘 위축된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자 자주 해주는 말이다. 그 동안 모아둔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남편과 내가 번 돈이 쉽게 버는 돈이 아니라서 흥청망청 쓸 수 없으니, 최대한 냉장고 털이 음식을 만들어 한 끼를 먹더라도 근사하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저렴하지만 반찬 가짓수를 늘린다거나. 마치 짠 내 나는 음식들이긴 한데. 어제도 괜히 장 볼 것도 없는데 마트에 가서 기웃거리며 물가를 확인했다. 900원 밖에 안하던 애호박도 2천원 가까이 되더니 어제 간만에 990원 가격으로 내려왔다. 살까 쟁여놀까 하다가 이미 냉동실에 쟁여놓은 게 생각났다. 나 혼자 마트에서 짠내투어 하고 있다.
모처럼 이렇게 쉴 때 이것저것 해보기 위해서 독서지도사 자격증도 신청했다. 시험을 앞두고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익숙했던 병원 일을 다시 시작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물론 이 직업이 몸에 맞고, 사명감을 갖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10년간 일을 하고 보니, 난 일하는 사람들과 마음이 맞아서 계속 일을 유지해왔던 적이 대부분이라는 걸 깨달았다. 일은 이제 익숙해져서 어렵진 않지만 더 이상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뿌리에 박혔다.
다시 글을 써도 되지 않을까?
병원 일을 하면서도 꾸준히 글을 쓰긴 했다. 카페에 가서 하루 종일 있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은 그렇게 꿈이 있어서 부럽다곤 하지만 여전히 꿈만 꾸는 것 같다. 작가는 가장 불안전한 환경 속에서도 긍정적인 이야기를 꺼내야하기도 하고, 긍정적인 상황에서도 암울한 글을 써야할 때도 있다. 며칠 전 책장을 정리하다가 틈만 나면 메모했던 공책들을 발견했다. 이때도 힘들었나. 여러 명언들을 발췌해서 적어 둔 글이 한 가득하다.
견디기 힘든 것은 좋은 날씨의 연속이다. 세상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인생에서 정말 견디기 어려운 일은 나쁜 날씨의 연속이 아니라 오히려 구름 없는 날씨의 연속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진정으로 시작할 때이기 때문이다.
등등..유명하고도 한편으로 뭔가에 취해 이런 글들을 적었던 게 오글거리기도 한데 20대 중반 시절, 힘든 일이 있을 때 어느 한 친구가 조언보다 이런 글을 짧막하게 보내오곤 했다. 주저리주저리 쓴 내 고민거리가 그 어떠한 말보다 위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그 친구와 아침마다 책을 읽다 그런 글을 보면 서로 보내고, 그 문구로 하루를 버티곤 했다. 간만에 보니 또 힘이 나는 글이네. 나처럼 외벌이로 일을 하는 부부가 있다면 갑작스레 퇴사한 경우가 있다면 3개월이 되서, 아니 3개월 도 채 못가 미래에 대해 불안이 가득한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억대 연봉자라면 모르겠지만 뭐 얼마나 번다고 하면서 궁시렁대며 일했던 것도 막상 그만 두면 그 돈이 너무나 소중했다. 일을 쉬다보면 돈 한푼도 못 버는 내가 괜히 쓸모 없는 사람, 어디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울적해진다. 마지막으로 그런 마음이 들 때 힘되는 글귀하나 적어봐야겠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하루하루 또 순간순간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사람만이 인생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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