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이 폭증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여정은 대부분 서울이라는 거대한 울타리를 넘지 못한다. 명동의 인파와 고궁의 화려함에 감탄한 그들은, 아쉽게도 K-콘텐츠의 배경이 된 부산의 바다나 남도의 맛을 경험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린다. 만약 지금 가덕도 신공항이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동남권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활기를 띠며 세계인을 맞이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극단적인 수도권 집중은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다. 이 나라는 사실상 ‘섬나라’다. 북쪽으로는 북한이 국경을 완전히 닫고 있고, 삼면은 바다다. 다른 나라와의 육로 교류가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모든 교류와 물류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내륙국가라면 인접국과의 국경 도시가 성장 거점으로 기능하면서 수도권과 균형을 이루겠지만, 한국에 그런 기회는 없다. 한국은 서울이라는 내부 중심 하나만 작동한다. 외부와의 거점은 지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유럽의 지방 도시를 보자. 프랑스의 리옹, 독일의 함부르크,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수도가 아니어도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은 국경과 인접하거나, 주변 국가와의 교역과 인적 교류가 활발한 교차점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국경이 촘촘히 얽혀 있지만 사람과 물자의 흐름은 거의 제한받지 않는다. 오히려 국경 지역은 다양한 문화와 자본이 만나고 섞이는 ‘교류의 용광로’다. 접경 지역이 외부 세계와 직접 연결되어 독자적인 경제권을 형성하니, 굳이 모든 것을 파리나 베를린 같은 중심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 국경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반면 한국의 지방 도시들은 육지로 해외와 직접 연결될 길이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제선은 인천공항으로 몰리고,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에 닿으려면 서울을 거쳐야 한다. 지방은 외부 세계와 직접 소통할 통로를 잃어버린 채, 오직 서울을 통해서만 숨 쉴 수 있는 기형적인 구조에 갇혀버렸다. 물류와 인적 교류가 수도권으로만 집적되는 구조에서 지방의 침체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면 해답은 명확하다. 대한민국의 지방이 살기 위해서는 외부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새로운 접경점’을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는 배를 더 많이 띄우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현실성이 없다. 항만 교통은 속도에서 경쟁력이 없고, 일본 외에는 인접국도 없다. 결국 답은 명확하다. 비행기다. 지방 곳곳에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국제공항을 구축해야 한다. 공항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과 지방 경제를 직결하는 관문이다. 공항이 없으면 지방의 발전도 없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공항망국론’이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공항을 ‘예산 낭비’나 ‘비효율’의 상징으로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엔 국제선 수요가 적었고 경제력도 부족했기에 그랬을 뿐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항공료는 전혀 오르지 않았고 항공은 대중적인 교통 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국가가 되었다. 지방 도시가 세계와 연결될 잠재력은 충분하다.
지방 발전의 열쇠는 수도권과의 연결망이 아니라 세계와의 직접 연결망이다. 반도국가인 한국에서 지방을 살리는 길은 외부와의 접점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것뿐이다. 그 첫걸음이 바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