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사회의 조건] part 2. 존 롤스의 마술을 푼다
눈을 가린 채, 사회의 규칙을 정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존 롤스는 바로 그 질문에서 정의의 원리를 찾아냈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만 자아는 모습을 드러낸다.
롤스의 추상적 마술을 풀어낸 철학자, 마이클 샌델.
그의 문제제기는 정의를 다시 묻게 한다.
롤스는 정의를 사회 제도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보았다.
그는 이를 두 가지 원리로 정리했는데,
가.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원리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정치 참여의 자유 등 기본적인 자유를 동일하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리이다.
나.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원리
-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리: 누구나 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 격차원리: 불평등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에서 가장 불리한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면 허용될 수 있다.
이 두 원리를 통해 롤스는 자유와 평등, 효율성을 동시에 조화시키려 하였다.
롤스는 정의의 원리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자아로 상정하였다.
그는 ‘무지의 베일’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 능력, 재능, 사회적 조건을 알 수 없게 가정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리적 자아는 혹시 자신이 사회의 최하위 계층에 속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 주체는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자신이 최악의 상황에 놓이더라도 기본적인 자유와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를 선택하게 된다.
그 결과 이성적 합의는 격차원리를 포함한 롤스의 정의 원리에 도달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
공동체주의자들은 롤스가 전제한 자아를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보았다.
인간은 결코 고립된 자아로 존재하지 않으며, 언제나 가족, 사회, 문화, 역사와 같은 맥락 속에서 자신을 형성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의 정체성은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구성적 자아이며, 이를 지운 상태에서 정의를 논하는 것은 현실의 인간을 고려하지 않는 추상적 사고일 뿐이라고 비판하였다.
공동체주의는 정의란 결국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와 선의 개념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비판자들은 롤스의 정의론이 일종의 ‘마술’과 같다고 평가하였다.
- 마술 1: 그의 논리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허구적이어서 현실 사회의 구체적 문제와 괴리가 크다는 점이다.
무지의 베일 속에서 모든 정체성을 지운 인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원리는 현실성을 결여하고 있다.
- 마술 2: 롤스는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동체적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고도 복지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그 논리 속에서도 공동체적 발상은 내재되어 있다.
격차원리는 결국 사회적 약자를 고려해야만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마술 3: 계약론적 외양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합의의 산물이 아니라 정의의 원리를 ‘발견’하거나 ‘인식’한다는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경험적 계약이라기보다 일종의 인식론적 구성이라는 비판이다.
마이클 샌델은 대표적으로 롤스의 논리를 해체하고 그 한계를 드러낸 철학자이다.
그는 롤스의 정의론이 개인을 지나치게 추상화함으로써 공동체적 맥락을 무시했다고 비판하였다.
샌델은 인간은 언제나 관계적 존재이며, 정의는 공동체가 함께 공유하는 선한 삶의 기준 속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샌델은 롤스의 ‘마술’을 풀어낸 인물로 평가되며, 공동체주의의 기수로 인정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