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뚝이 수업 공개

수업과 수업 사이 Episode 1.

by 차미레
학교의 ‘배려’는 언제나 가장 힘든 자리로 이어진다.
임신한 여교사에게 공개수업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떠넘기는 풍경 속에서,
웃음과 아이러니가 뒤섞인 하루가 펼쳐진다.


“임신입니다. 그런데 직장 다니세요?

병가를 쓰시고, 누워계셔야 합니다. 바로 병가 제출하세요. “


하영이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다.

하영이네 학교는 학년마다 한 명이 대표로 공개수업을 했다.


임신 초기, 몸이 약해 병가를 내야 했고,

임신 5개월이 지나 안정기에 들어선 후에야 겨우 학교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배정된 학년은 2학년.

임산부라 배려한다며 맡긴 듯했지만, 그 안엔 아이러니가 숨어 있었다.

젊은 교사가 없는 학년, 50대 교사들만 있는 학년.

막내였던 하영이가 학년 업무를 도맡아야 했다.


공개수업 이야기가 나오자, 회의실은 고요해졌다.

누구도 눈을 들지 않았다.

볼펜만 굴리고, 종이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결국, 시선이 한 사람에게로 쏠렸다.


“하영 선생, 할 수 있지요?”

그 말은 부탁이 아니라 통보였다.


임신한 채로 학교를 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다.

평소에도 수업은 버거웠다.

나온 배를 책상에 걸치듯 서서 수업을 했다.

시간이 갈수록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조차 숨을 차게 만들었다.


이미 배정된 공개수업.

2학년에게 몸을 움직이지 않는 수업은 상상할 수 없었다.


수업 당일, 교실은 이른 아침부터 낯선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문 앞에 가득 선 선생님들, 호기심에 눈이 반짝이는 아이들.

하영은 일부러 환하게 웃어 보였다.


“자, 우리 시작해 볼까요?”


아이들의 팔이 힘차게 흔들렸다.

하영도 몸을 굽히고 팔을 올렸다.

배가 먼저 쏠려 중심을 잡기 힘들었지만,

아이들은 그저 즐겁게 따라 했다.


문밖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저렇게 몸이 무거운 사람을 꼭 앞세워야 하나…”


하영은 못 들은 척 웃었다.

이마에는 금세 땀이 맺히고,

배 속 아이가 따라 흔들렸다.

그 움직임이 긴장인지, 태동인지 알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교장이 웃으며 말했다.


“덕분에 태교는 잘 되었을 거예요.”


가벼운 농담처럼 던져진 그 말이,

하영의 마음에 오래 남았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가장 힘든 자리를 떠넘기는 학교.

그 민낯을, 한마디가 다 보여주고 있었다.


임신한 여교사들에게 필요한 건

형식적인 배려가 아니다.


진심 담긴 배려,

그 한마디 말과 작은 선택이

누군가의 하루를,

또 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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