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라는 스트레스, 무계획의 묘미

수업이 멈춘 뒤에 배운 삶의 리듬

by 차미레
계획을 세우면 마음이 놓일 줄 알았다.
무계획으로 살면 불안할 줄 알았다.
그런데 살아보니,
계획에도 스트레스가 있었고
무계획에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어쩌면 삶은
정답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그날의 몸과 마음에 맞춰
리듬을 다시 조율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계획을 하고 살면

삶이 조금은 단단해질 것 같았다.


언제 무엇을 하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미리 그려두면

불안이 줄어들 줄 알았다.


그래서 계획을 세웠다.

일정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이쯤이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예상 지점을 마음속에 표시해 두었다.


돌이켜보면

그 계획의 기준에는 늘

‘수업을 할 수 있는 나’가 있었다.


언제 교실로 돌아갈 수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는지,

계획은 늘 수업을 중심으로 짜여 있었다.


하지만 계획은

생각보다 자주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하루가

곧 실패처럼 느껴졌고,

미뤄진 일정은

내가 뒤처진 사람인 것처럼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수업도 그랬다.

아무리 치밀하게 준비해도

교실에서는 늘 예상 밖의 일이 생겼고,

계획은 쉽게 수정되거나

아예 무너졌다.


그러다 어쩔 수 없이

무계획의 시간을 살게 되었다.


수업이 멈추자,

그동안 삶을 붙잡고 있던

계획의 축도 함께 사라졌다.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은 시간.


처음엔 불안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를 공중에 떠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조금 다른 감각이 생겼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움직이고,

괜찮은 날은 괜찮은 대로,

아닌 날은 아닌 대로

그대로 두는 연습.


무계획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수업이 빠진 자리에서

삶의 리듬을 다시 배우는 일이었다.


계획이 있는 삶이 옳고,

무계획이 틀린 것도 아니다.


계획은 나에게

버틸 수 있는 틀을 주었고,

무계획은 나에게

숨 쉴 여백을 주었다.


그래서 이제는

계획을 세우되

그 계획에 나를 가두지는 않으려 한다.


수업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면서도,

그날만을 위해 오늘을 미루지는 않으려고.


정답은 없다.

계획해도 괜찮고,

계획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의 나는

수업을 중심으로 살던 삶과

그 이후에 시작된 두 번째 삶 사이에서

계획 대신 리듬을 배우며

오늘을 살고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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