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을 내려놓는 연습
계획은 나를 이끌기보다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곤 했다.
두 번째 삶에서
나는 계획보다
판단을 먼저 내려놓아 보려 한다.
계획 없이 살아도 삶은 흘러간다.
이 단순한 문장은
오랫동안 내가 믿어온 삶의 방식과는 정반대에 있다.
우리는 흔히
계획을 세우는 일을
성실함이나 책임감과 같은 미덕으로 여긴다.
계획이 있어야 삶이 의미를 갖는 것처럼,
계획하지 않으면
삶을 방치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삶은
계획이 있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간다.
숨을 쉬고, 하루를 건너고,
의도하지 않은 만남과 선택을 통과하며.
돌이켜보면
계획은 방향이기보다
기준에 가까웠다.
지켜내면 괜찮은 하루,
어그러지면 실패한 하루.
요즘 나는
계획을 덜어내며
삶을 재단하던 판단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삶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경험의 장으로 바라보는 쪽으로.
그래서 이 변화는
무책임해진 것이 아니라
사고가 유연해진 것에 가깝다.
통제보다 신뢰를,
완벽보다 가능성을 선택하는 태도.
계획이 전부는 아니다.
삶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해 둔 바깥에서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