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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Feb 22. 2024

첫. 사랑은 무엇일까

첫사랑을 보여주는 5000원짜리 타임머신.

(bgm: 우타다 히카루-first love)


조금 전 'B급 로코 영화 메이트'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왔어.

친구와 한 얘기를 잊지 않기 위해 바로 노트북을 켰지! 나 조금 대견

(https://brunch.co.kr/@46fd116cc2da4a0/13 누구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저번에 영화 한편 보자며 카톡을 마무리했지만 결국 둘이 영화를 보는 일은 없었고... 설 때 안부인사를 나누며 밥 약속을 잡았지.


친구와 자주 가는 가게에 들어가서 삼겹살을 불판 위에 하나씩 올리며 묵혀둔 이야기들도 하나씩 불판 위에 얹었지.

최근에 누가 졸업했다더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는데 대단하더라. 또 친구 다니는 회사 얘기, 진로 얘기 등등... 서서히 달아오르는 불판처럼 우리의 이야기도 달아오르고 있었어.

그러다 친구가 내가 쓴 글 얘기를 했어. 내가 전에 읽어달라고 했었는데 읽어준 거야..... 감사합니다.


자기 얘기를 쓴 글이 있다 길래 '욕이 한 바가지 있는 거 아니냐~'싶었다더라.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어제 쓴 '첫사랑'으로 주제가 넘어갔어. 남자들이 술을 먹는데, 이야기를 한다? 첫사랑 얘기 사실 빠질 수 없거든. 그래서 내가 궁금했던 "왜 특히 남자들은 '첫사랑'이라는 단어, 현상에 집착하는 걸까?"라고 물어봤고, 그 친구는 조금 생각하더니 소주 한잔을 따르면서 대답했지.


"음... 첫사랑이 누굴 좋아하든 '가끔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라서가 아닐까? 여러 사람들을 좋아했지만, 첫사랑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문득문득 생각나더라." 그러더라고.

내가 물었지. "나는 첫인상에 빡! 들어오는 그런 사람이 첫사랑이라 생각했거든. 이건 어떻게 생각해?"

그 친구가 "음.... 나도 그런 사람 있긴 한데, 그건 좀 작은 범주 같달까. '문득문득 생각나는 사람'의 범주 안에 '첫인상 빡!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고 난 생각해."라고 말하더라.


짠. 소주 한잔을 마시며 친구는 아마 첫사랑 생각을 했을 거고, 난 대답을 내 생각과 비교해봤어.


오..... 뭔가 좀 일리 있어. 그렇게 생각하니 내 궁금증이 좀 해결되더라.

첫사랑이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라면, 이해가 되지.

난 여태까지 첫인상 빡! 인 분 2명, 문득문득 생각나던 사람 두 명이었거든. 근데 그중 한 분은 '첫인상도 빡! 이후에 문득문득도 빡!' 겹치는 분이 있었어. 그래서 어제는 첫사랑이 무엇인가.... 좀 헷갈렸어. 이 친구의 주장대로라면 오..... 고민해결이다! 싶었어. 내가 생각해도 이게 내 첫사랑과 좀 부합하는 것 같더라. 그러곤 갑자기 씁쓸해졌어. 음... 주변에 아무도 없기 때문인가. 한잔을 원샷했어.


......

근데 말이지, 이상하잖아. 첫사랑은 한 명이어야 하는데, 난 뭐야? 한 명이 아니게 되는데? 그럼 뭐야 둘, 셋 사랑인가? 내 인생에 첫 번째 문득이가 '첫사랑'이라 치자. 그럼 그다음 두 번째로 문득이는 뭐야. 그리고 그 사이에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또 뭐고. 그 사람들은 내가 좋아한 게 아닌가? 아님 내 인생에 사랑했다(?) 싶은 사람은 여태 둘 뿐인가??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지.


'그럼 첫사랑 이후에 첫사랑과 완벽히 부합하는 사람은 뭐지. 그게 '찐사랑'인가???'

친구와 이 얘기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고 싶어서 소주 한잔을 따라주며 친구의 얼굴을 봤어.


가버렸더라. 눈빛이 아주 이세계로 가버렸어. '첫사랑'을 만난 시절로 돌아가 추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더라.

무슨 맘인지 알지... 첫사랑 얘기만 하면 그 나이로 돌아가고, 갑자기 어려지는 그 느낌...

나도 옛날 생각도 나고 씁쓸~해서 소주 한잔 마셔야지 싶었는데,


우리 5000원짜리 타임머신이 동나버렸네?


"어떡하지. 한 병 더?"

"이런 얘기하는데, 당연히 마셔야지".


우리의 타임머신이 리필되었다!! 우와아아!


이후 서로의 타임머신을 타고 여러 시간대를 돌아다니며 사랑 얘기를 나누다 헤어졌다는 이야기...


첫사랑 이후, 똑같은 기준의 사람을 만났을 때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다.

재밌다. 이런 고찰... 누구든 어떠한 의견이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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