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음식보다 우리 엄마가 만든 음식이 맛있다. 이것은 나의 입맛에 맞다라는 주관적인 이유 50프로 정도, 실제로 우리 엄마가 시어머니 보다 음식을 더 맛있게 한다는 팩트 50프로 정도가 합쳐져서 만든 결론이다.
당연히 내가 평생 먹어 온 음식이니까 우리 엄마가 한 음식이 나에게 더 맛있게 느껴지겠지. 거기다가 객관적 인생사를 통해 본다면 말이다. 우리 엄마는 각종 식당에서 일한 경력이 사십 년은 된다. 그 식당의 종류만 해도 고속도로 휴게소, 대형마트 푸드 코트, 종합병원 식당, 중국집, 그리고 현재는 장날마다 고깃집에서 알바 중. 그러니 평생에 걸쳐 중식, 한식, 환자식 종류도 다양하고. 대학생에서부터 시장을 둘러보는 어르신들까지 연령대별 음식을 해본 경험도 많다. 그러니까 우리 엄마의 음식은 굉장히 대중적이다. 누가 먹어도 웬만하면 맛있다라는 평이 나오는 대중적인 맛인 것이다.
반면 시어머니는 평생 돈을 벌기 위한 음식은 해보신 적이 한 번도 없다. 정말 부럽다. 우리 엄마도 그렇게 살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어머니는 가족, 친지들을 위한 식사 외에는 봉사활동 하시는 곳에서 만드는 음식 정도만 해보셨다. 평생을 가족들을 위한 밥만 해보셨다고 보면 된다.
나라는 사람은 물론 음식 만드는 것을 포함한 모든 집안일에 젬병이므로 누구의 음식을 평가할 처지가 아니다. 그래도 시댁에서는 아무 것도 못 하는 맏며느리, 친정에서는 아무 것도 못 하는 막내로서 입만 살아서 평가해 본다면 말이다. 사실은 시어머니가 하는 음식은 내 입맛에는 도통 안 맞는다. 근데 이건 시어머니가 음식을 못 하셔서가 아닐 수도 있다. 식당이 아닌 어떤 가정집의 음식을 먹어도 맛이 없다가 아니라 안 맞는다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주변머리가 없는 나는 다른 집의 밑반찬을 먹으면 뭔가 어색하고, 생경한 느낌이다. 먹보 중에 먹보인데도 말이다.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면 안 그런 걸 보면 다른 집에서 만든 그 집 고유의 음식은 왠지 나를 긴장시키나 보다.
그리고 시어머니의 음식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좋아하실 음식이고, 시골 음식 느낌이라 도시 여자인 나에게 안 맞는 건가? 오호호.
그러나 시댁에서 미역국을 처음 먹어 봤을 때 놀랐다! 너무 맛있다! 특히나 나는 미역국을 안 좋아하는 사람인데! 아니, 미역국이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 우리 엄마가 해주는 미역국은 맛이 없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유아들의 소울 푸드는 미역국, 김 등이기 때문에 우리 가족이 시댁에 사는 동안 시어머니는 열심히 미역국을 해주셨다. 와우, 먹을 때 마다 맛있어!
도대체 이유가 뭐냐구? 모든 음식을 잘 만드는 우리 엄마가 왜 미역국에 대해서는 시어머니에게 완패냐구?
그런데 너무나 간단한 그 이유를 알고 나니 슬퍼진다. 한 집안의 음식은 그 집안의 모습을 담고 있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시어머니의 미역국이 우리 엄마의 미역국보다 맛있는 이유 단 하나는 그것이다. 소고기를 무지막지하게 넣었기 때문이다. 소고기가 맛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엄마는 내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미역국에 소고기를 넣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엄마가 그러는데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집에서 소고기를 먹은 적이 다섯 번도 안 될 거란다. 그러니 오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할 소고기를 미역국에 빠뜨릴 수 있겠나. 아놔, 그래서 나 키 안 컸나. 아놔, 근데 우리 신랑은 왜 안 큰 거야.
어쨌든 시어머니의 소고기 이빠이 미역국은 맛있다. 예전에 주셔서 우리 집 냉동실에 얼려 놓은 소고기 이빠이 미역국을 끓여 아침에 삼둥이에게 주고 나도 먹었다. 역시 고기는 옳구나. 온몸이 훗훗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