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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숲섬 Nov 05. 2022

틈-깨지지 않는 아름다움

밥그릇이 없다

줄거리 요약 1) 코렐 = 깨져요.  2)우리는 얼마나 많은 물건을 지니고 사는가 3)밥그릇이 필요해

 코렐의 여러디자인 중 가장 기본형. 99년도에(당연히 1999년도이다) 대전 어디 쇼핑몰 개업때 특별히 5만 9천원에 세트를 팔았었다. 가서 줄서서 샀고, 아직까지 쓰고 있다. 롱 래스팅...이다.


 '깨지지 않는 아름다움'. 코렐이라는 회사의 광고카피이다.

강화유리로 만들어져서 잘 깨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를 맞닥뜨려 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깨졌을 때 얼마나 처참해지는지. 깨지지 않는다고 막다루지 않기를 충고한다. 작은 조각으로 산산히 부서지며 아주 날카로운 뾰족뾰족 조각으로 깨지므로, 치우는 과정은 길고 지루하며 치우고도 내가 잘 치웠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깨진게 퍼지는 것이 반경 몇키로라고 말하는건 과장이지만  그냥 예사의 도기, 유리그릇을 깼을 때보다 널리널리 퍼진다. 


 밥그릇이 없다. 물건을 사는 게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이지만 나는 안다. 집마다 얼마나 쓰지않는 여분의 물건들이 쌓여있는지. 나는 지방에서 어렵게 수도권에 와서 자취를 시작한 후배들의 살림을 갖추어 준 적이 있다. 집에 있는 여분의 물건을 조금 나누었을 뿐이다. 평범한 가정집이지만 물건이 넘쳐나도록 많다.  물건들이 혹시 나몰래 새끼를 치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늘어난다. 주의를 기울여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버리고 나누고 내보내야 한다. 선물도 받고 사은품도 받고 내가 사기도 하고...하여간 베란다 창고에 있는 물건들 많다. 그래서 가까운 아는 사람에게(이 때의 희생양들은 대개 나랑 함께 수업을 듣는 50대 여자 학우일때가 많다) 밥그릇 국그릇 등 부엌살림이 없으니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너무 많이 줄까봐 덧붙였다. 1인분만요...컵은 있으니 그거는 빼구요. 기꺼이 주겠다고 집에 정말 많다고 오히려 달라는 나를 고마워했다. 그러나 그러나...이사한 지 한달이 되었는데, 그 사람과 못만나고 있다. 그래서, 밥그릇없이 밥을 먹고 있다고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서 받을게요...했더니만 펄쩍 뛰면서 꼭 가져다 주겠다고....택배로라도 부쳐주겠다고...자기 정말...그릇 많다고..해서, 기다리고 있다. 정식으로 밥그릇 국그릇 같이 생긴 그릇이 없을 뿐,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니며 굶지도 않는다. 


  살림 좀 한다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그릇모으기라는 취미를 나도 한때 가졌었다. 그릇을 좋아해서,  거실 한켠에 그릇사이즈를 고려해서 붙박이장을 짜넣기도 했었다. 디스플레이와 수납이 가능한. 독일에 여행을 갔을 때는 빌레로이앤보흐 그릇을 사러가지않는 코스 때문에 여행내내 화가 나있기도 했다. 시즌별 그릇을 모으기도 하고, 이천도자기축제같은데 가면 도자기 접시도 사고...손목 나가는 줄 모르고 무거운 그릇을 잘도 썼었다. 뭐든 이뻐야하니까. 얼마전 다른 곳에 쓴 글 중에 '사고싶다'란 제목의 글이 있다. 전시회 후기 글이었다. 전시회에 여러 물건들 중 동백을 모티브로 만든 큰 접시가 눈에 띄었다. 오랜만에 구매욕구를 불태울만큼 갖고 싶었다. 물론 사지 않았다. 이사 전이라는 핑계가 있었다. 하여간 그릇 욕심이 있다. 


 다시 이야기는 코렐로 돌아간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무작정 따라하지는 않지만 받아들이거나 새로 시도해볼만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해본다. 40대에 해야할 일중 하나가 가벼운 그릇을 쓸것, 살림 처분할 것이라는 미니멀한 라이프 스타일의 글을 읽고 버리고 나누고 비웠다. 코렐은 가볍고, 또한 대단한 장점이 수납력이다. 착착 겹쳐놓으면 작은 공간만 차지한다. 그러나 실은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다. 뭐랄까 가볍고 경박하달까..... 본질에 충실할 것인가(음식을 담는 기능), 미를 추구할 것인가....를 밥상을 대할 때마다 고민하게 한다.



덧:나무위키에서 긁어왔다. 압축유리라서 산산히 부서지는구나...라는 것을 알았고, 코닝이라는 마크가 있다는건 20년이상 된 거라는것. 캔트빼박...연식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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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lle

미국의 그릇 제품 브랜드.

처음엔 고릴라 글라스와 실험기기로 유명한 코닝에서 만들었지만, 꽤 오래 전에 다국적 주방용품 전문업체 월드키친에 분사된 상태. 만약 어디선가 코닝 마크가 새겨진 코렐 그릇이 굴러다니고 있다면 그 물건은 못해도 20년 이상 된 물건이다.


광고에서도 깨지지 않는 아름다움 (Long Lasting Beauty) 이라고 광고한다. 도자기가 아닌 삼중 접합 유리로 만들어 잘 깨지지 않고, 화공약품에도 강하며, 긁힘에도 강하다. 절대 오븐에 넣지 말라고 쓰여있는데 대충 써도 괜찮은 것 같아보여서 쓰는 경우가 있지만 가급적 하지 말자. 바닥에 떨어트리는 것과는 다르게 열팽창으로 깨질 때는 그릇이 폭발한다. 

특히 갑작스런 열 팽창, 전체에 강한 충격이 갔을 때 잘 깨지는데, 깨질 때 얌전히 몇 조각으로 깨지지 않고 큰 소리와 함께 그야말로 산산조각난다. 기본적으로 압축유리라서 깨지는 순간 그릇에 저장되어 있던 응력이 해방되며 폭발하듯 터져버린다. 1mm내외의 작고 날카로운 조각이 많이 생기므로 치울 때 정말 조심해야 한다. 이 때문에 그릇을 집어던지거나 할 수 있는 어린 아기나, 눈 어둡고 실수가 잦은 노인들만 있는 집에는 놓지 않는 게 추천된다. 잘 깨지진 않는 게 사실이지만 일단 깨졌다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 열팽창으로 인한 깨짐은 웬만해선 안 깨지지만 그릇을 떨어트리는 것과 다르게 열팽창으로 인한 힘까지 한번에 터져나오기 때문에 유리파편이 더 강하게 사방으로 튀며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강한 충격조차 1.5미터 이상에서야 깨진다. 심지어 산지 얼마 안 됐다면 그 높이에서 안 깨질 때도 있다. 그러나 수명은 팍 줄어든다. 15년 이상되면 약해졌는지 다른그릇보단 높지만 1미터에서는 당연히 깨진다. 그러나 한 번 사면 15년은 맘 놓고 쓸 수 있다. 프린팅도 강해서 20년을 써도 거의 지워지지 않는다. 오래 쓰면 그릇 턱이나 구석 부분에 때가 좀 찌들 수가 있는데, 세제 묻힌 멜라민 폼으로 살살 문지르면 새 것처럼 깨끗해진다.이렇게 잘 관리하며 쓰면 십 년 이상을 써도 새 것과 별 차이 없다. 다만 티타늄에는 잘 긁힌다. 이는 티타늄 합금의 표면경도가 강해서 그런 것.


 다른 그릇에 비해 두께가 얇고 무게가 가벼워서 수납과 이사에 유리해서 비싼 값을 한다. 떨어뜨려도 웬만해서는 잘 깨지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또한 도자기 그릇과는 달리 이런저런 돌출부가 없어서 설거지도 더 쉽다. 이런 장점 때문에 자취에 편리하다.


잘 안깨진다는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단점으로는 설거지 중 놓치면 부딛힌 다른 그릇을 깨먹는다(...)는 점, 그리고 높은 곳에서 떨어트리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버려서 위험하고 치우기 힘들다는 점 두가지가 있다. 구글 검색 결과 산산조각이 나버리면 파편이 너무 많고 작아서 다 찾기 힘들기도 하다. 때문에 코렐은 한번 깨지면 영원히 치울 수 없다는 농담도 있다. 미시세계까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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