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moments_42

- 함께였던 그 모든 순간들 -

by 슈크림빵

"손은 왜 잡아서는."

"2차전인가?"

소렌토행 사철 안이었다. 툭 튀어나온 아라의 불만에 진호 역시 날 선 태도로 응수했다.

"한 시간 남짓이라며, 가는 동안만이라도 편하게. 여러모로 정신없는 하루였잖아. 무슨 미로 찾기도 아니고. 참."

진호의 말이 맞았다. '역무원이 친히 길잡이를 한다.' 풍문으로 들었던 것을 몸소 체험했던 그들이 아니던가!! 프린트된 사철 티켓을 들고서는 앞장선 역무원을 따라, 한데 모인 사람들과 열을 이어 걸었다. Stazione P.za Garibaldi라 적힌 노란색 표지판을 따라 내려간 지하 통로에서 EVA(Campania Express)라 표시된 곳으로 향한 결과, 제시간에 도착한 소렌토행 익스프레스에 올랐다. 지연과 연착, 청결도 면에서 이탈리아 기차는 악명이 자자한데 웬걸,, 주광색 전구가 빛을 발하여 내부 공간은 물론 흰색의 좌석마저 한층 돋보이게 했고, 쾌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열차 밖의 사정은 조금 달랐다. 지금은 사라진 통일호처럼 속도는 느렸고, 게다가 수시로 멈췄다. 그러나 짜증을 내는 이도, 불만을 제기하는 이도 없었다. 익숙한 일이라는 듯, 하나같이 조용했다. 한 시간 남짓 거리, 다름 아닌 종착역 아닌가!! 마음 한편 불안감이 여전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삐이익- 소리를 내지른 빨간색 사철이 뜬금없이 멈춰 선다. 그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탑승을 한다. 얼마 가지 않아 사철은 다시금 멈춰 섰다. 타는 사람도, 안내 방송도 없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동요는 없었고 옆자리에 앉은 진호는 두 눈을 감고 잠을 청한 듯 보였다.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한 그들과는 달리 불안한 마음이 불쑥- 성질을 낼까 싶어, 황금빛 하늘의 소렌토를 부러 상상하며 아라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제시간에 출발했건만 결국 연착을 하고 말았다. 자자한 그 명성에 걸맞게 말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 탓에 석양 대신 짙어진 저물녘, 어슴푸레한 빛이 마중을 나왔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소렌토의 밤은 빨리 오는가? 물가가 사악한 이탈리아의 남부지역, 그나마 합리적인 소렌토에서 남부 여정의 첫날을 자축하기로 사전 협의가 된 상황이었다. 햇볕에 반사된 물보라가 잘게 부서져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빛을 이리저리 반사시키고 굴절시켜 빛나는 세공된 다이몬드를 닮은 낯의 시각만큼이나, 어둑한 하늘 아래로 가늠도 안 되는 검푸른 물결의 움직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밤의 청각 역시 아름다웠다. 그 생각이 서로에게 닿았는지 잠시 마주친 시선에 가볍게 고갯짓을 한 그들은 걸음을 떼었다. 소렌토역이 점점 멀어짐에 따라 어스름했던 하늘빛도 검푸르게 변해갔다.

메뉴와 가격 아닌 건물에 반해 발을 들여놓은 항구 근처의 레스토랑이었다. 쨍한 샛노란색 건물은 검푸른 하늘색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렇게 잠시 넋을 잃은 사이 괜스레 배가 고파졌다. 식욕을 자극하는 색이라더니 틀린 말은 아닌 듯했다. 늦은 저녁을 즐기려는 걸까? 제법 넓은 실내였으나 빈자리는 쉬이 눈에 띄지 않았다. 굽고, 튀기고, 삶은,, 요리 방법은 달라도 재료는 하나같이 바다에서 나는 고기였다. 정사격형의 창문으로 시선을 돌리니 해안 절벽 위 모양도 색도 각각인 건물들이 하나 둘, 불을 밝히고 있었다. 비옥한 땅과, 풍부한 자원을 준 대신 집 지을 터를 허락하지 않은 듯했다. 그랬다. 신은 공평했다. 피식- 아라가 흘린 웃음 위로 진호의 목소리가 덧입혀졌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야."

"나 목 긁었어요?"

"무슨?"

"나 졸리면 목 긁는다고. 전에 그 애가 알려줬거든."

아라의 말에, 순간 진호는 탁자를 쾅- 내리쳤다.

"면전에 남자 두고 다른 남자 얘기를 한다. 와!!"

진호의 말에, 아라는 몸을 끌어당겨 그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렇다면, 경복궁 야간 데이트 혹은 왈츠의 주인공, 읊어봐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 건드리며 아라는 채근을 했다.

"눈빛에 끌려, 향기에 취해, 달빛에 빠져들어, 닿고, 잡고, 안았던, 순서가 맞나? 아무튼,, 몸소 체험한 그 경험담 털어놔 보라고."

두 눈을 반짝이는 아라, 잔뜩 경직되어 보이는 진호,, 그것은 극명한 온도차였다.

"연습실에서 만났지. 피아노 쳤어요."

기다렸다는 듯 툭- 쏟아내는 진호로 인해 아라는 살짝 당황했다.

"오~, 손가락이 긴 여자가 이상형이었구나."

농으로 던진 자신의 말에, 대놓고 정색도 모자라 빤히 바라만 보자

"건반 위를 자유자재로 노닐려면 그렇던데. 말하지 않아도 알아. 엄청 미인이었을 테지."

아라는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았다.

"예뻤지."

"근데 왜 혼자인 건데."

망설임 없는 진호의 태도에 입술을 삐죽거리며 아라는 시비를 걸었다.

"유학 갔어요."

"장거리 연애는 반대한다던,, 경험담인 줄도 모르고 덮어 놓고 오해했네."

"유학 가기 전, 헤어졌어요."

"왜?"

"그러게. 왜!!"

"당신이 모르면 누가 알아?"

아라의 목소리 끝이 슬쩍 올라가 있었다.

"만나면 물어봐 주라. 왜 그랬는지."

술자리 안주거리는 전 사랑에 대한 예우 아니라고 강조했던 그가 아니던가!! 그런 진호의 됨됨이로 보아 말장난은 아닌 듯했다. 상대는 분명 과거형이나 여전히 현재형 같은 그의 말투와 표정은 대체 뭘까?? 여기서 멈춘다면 꺼내 들은 칼자루 보기 민망할 터, 해서 아라가 막 입술을 벌린 순간이었다.

"월광 소나타.. 제일 좋아하던 곡이었지. 그날 밤, 프란체스코 성당에서 벨소리 듣고 한참 만에야 생각이 났어. 유학 간 로마 국립음악원 앞에서는 정작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참 이상도 하지."

"다시 만나는 상상 안 해봤어?"

"해봤지."

"만나면 설렐 것 같아?"

"당신이라면?"

"글쎄.. 설렜다기보다 아릿했다고 할까. 청바지에 후드티에 캡모자 꾹 눌러쓰고 엄마 심부름 가던 길이었거든."

"근데 한눈에 알아봤다고?"

"어. '누나' 하며 손도 흔들던데."

"와.."

믿을 수 없다는 듯, 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눈에 익은 모습이었을 거야. 마침 집 근처였고, 아마도 여자친구랑 한바탕 했던 모양이었어. 왜 그 싸한 분위기 있잖아."

"틀린 말이었네."

"뭐가?"

"여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남자는 마지막 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그 말."

"첫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내가 아니었다는."

"그럼에도 기억이 날 거야. 목 긁는 누군가를 보며 당신을 떠올릴 테지. 월광 소나타를 듣고 그녀를 떠올린 나처럼."

"불쑥인, 문득인,, 추억이란 건 그런 거지."

"해서. 이제 안 하려고, 묻어 두고 꺼내보는 거 말고, 옆에 두고 매일 볼 거야."

아라의 두 눈과 진호의 시선이 만났다. 피하지 않고 그는 말했다. 목소리는 나지막했다.

"그렇다고."


"잘 못 잤구나."

"예전에 속초로 2박 3일 놀러 갔을 때, 문 열면 바로 모래사장이었는데."

"모래사장에 텐트 치고 잤어?"

"그만큼 가까웠다고. 그럼에도 꿀잠 잤는데. 뱃고동 소리에, 갈매기 소리에, 파도 소리에 허덕이다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그 밤에 샤워하지 않나, 떠들지를 않나, 영어였으면 해석도 가능했을 걸, 최악은 틈 없이 방 안을 점령한 햇살로 인해 결국, 늦잠도 못 잤다는. 컨디션 꽝이니 오전은 설렁설렁합시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아라는 피곤함을 표현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생경스런 경험이었네. 바닷가 마을은 다 그래요?"

"광역시 출신이라."

"눈 돌리면 바다던데. 조선소도 있잖아."

"못 잔 이유 그거 아니잖아."

"어?"

"밤새 인터넷 삼매경 한 건 아니고? 30대 초반, 피아노 전공, 로마 국립음악원. 등등.."

걱정스러워하는 목소리와는 달리 진호의 입꼬리는 슬쩍 올라가 있었다. 따사로운 아침 햇살에 절로 반응한 것이라 여겼었는데, 걱정을 가장한 추궁이었다.

"김진호."

빽- 귀를 휘젓는 거친 고음을 예상한 그를 비웃듯, 아라는 덤덤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물살에 저질 체력이야. 내가 왜 아침에 샤워를 안 하게!! 몸을 적시면 졸려서야. 씻고 눕기 바빴다고. 덧붙이면 데이터도 간당간당한데, 뭐, 궁금은 했지만 찾아볼 만큼은 아니었다고."

눈치 하나는!! 아니라고 딱 잡아뗐지만,, 방으로 들어간 후 아라는 침대에 앉아 핸드폰과 한몸이었다. 전 세계 인이 이용한다는 글로벌 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왜?? 반경을 넓히면 확률 역시 높아지니 말이다. 진호의 말처럼 30대 초반, 피아노 전공, 로마 국립 음악원, 덧붙여 한국예술 종합대학, 미인, 월광 소나타, 김진호.. 폭을 넓혀 찾고 또 찾았다. 줄줄이 낚싯줄을 놓았지만 수확은 없었다. 해서 생각을 달리해 보았다. 그가 언급한 여인은 단 하나,, 그렇다면, 경복궁 야간 데이트와 왈츠 이 모두를 했던가? 눈빛에 끌려, 향기에 취해, 달빛에 빠져들어, 닿고, 잡고, 안고,, 이 중 과연 어디까지였을까!! 설마 이 모두를,, 그녀와??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살짝 내려앉은 눈꺼풀이 급히 제자리를 찾았다. 불꽃은 일지 않았다만 눈동자는 화끈거렸다. 부아가 끓어올라 결국 잠까지 설친 격이었다. 간밤의 모습을 마치 보기라도 한 듯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술술 나열하는 그가 미웠다. 이런 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빤히 바라보는 그 시선도 달갑지 않았다. 눈매가 기다란 게 한복도 잘 어울릴 듯한데 이참에 방울이나 건네 볼까!! 아니꼬운 마음이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안 하겠다며, 더는 언급 않겠다더니."

아라의 목소리는 한껏 격양되어 있었다.

"좀 서운한데. 나라면 밤새 그랬을 텐데."

치-, 보란 듯이 진호는 서운함을 나타냈다. 잠시 닫혔던 그의 입이 다시 열렸고 목소리는 단호했다.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라는. 알아두라고."

"뭐?"

"말했잖아. 묻어 두고 꺼내 보는 대신 옆에 두고, 맨날 맨날 볼 거라고."

"어?"

"밤새워 한 노력에 대한 보상은 있어야지. 넣어두라고."

"뱃고동 소리, 파도 소리, 횡간소음, 햇살,, 때문이라니까."

"점점 불리해질 뿐이야. 그만하지."

슬며시 올라간 진호의 입꼬리를 본 순간, 결국 아라는 길길이 날뛰었다. 푸른 하늘, 끝없이 펼쳐진 바닷물, 대자연의 광활함은 작은 점과도 같은 그녀의 거친 숨결을 꿀꺽 삼켜버렸다.


나폴리 출생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던 엔리코 카루소의 어린 시절은 평범했다. 그의 재능을 폄하했던 음악 선생과는 달리 그의 어머니는 물질과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뒷받침과 혹독한 노력의 결과로 그는 21세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오페라에 데뷔하여 유명세를 얻었고,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을 비롯한 여러 극장에서 공연을 펼치며 명성을 쌓았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당대 최고의 성악가로 이름을 날린 그는 190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 데뷔한 후, 18년간 40여 편의 오페라를, 총 600회 이상 공연하였다. 그리고 1921년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늑막염이었다.

당시 그는 레제로, 리리코, 스핀토, 드라마티코,, 즉 카운터 테너만을 제외한 남성의 최고 음역대를 모두 섭렵했음은 물론 풍성한 음역대와 파워, 억지로 밀어 올리지 않는 자연스러움, 매끄럽고 부드러운 음색이 독보적이었다 평가되었다. 이런 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이가 있었는데.


'당신을 내게 보낸 분이, 하느님이시오?'


무명 시절, <라보엠> 오디션을 보던 중 작곡자인 자코모 푸치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와 같이 외쳤다고 한다.

그는 음반으로 녹음된 최초의 성악가였다. '불멸의 테너'로 불린 것은 이 때문이다. 이는 클래식 음악사에 위대한 업적으로 일컬어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루치오 달라'(Lucio Dalla)가 작곡한 <Caruso>를 꼽을 수 있다. 엔리코 카루소의 생의 마지막 여정은 고향 나폴리였다. 평소 엔리코 카루소를 동경했던 이탈리아의 싱어송 라이터인 루치오 달라는 그의 여정을 좇던 중, 말년에 머물렀던 호텔의 방 안에서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만약 루치오 달라가 엔리코 카루소의 음반을 접하지 못했더라면? <Caruso>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의 사후에 작곡된 곡이라 안타깝게도 그의 음성으로 접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기에, 나폴리 만이 끝없이 굽이치는 한 잊히지 않을 테니, 그렇게라도 아쉬움을 달래 볼 수밖에..


GRAND HOTEL EXCELSIOR VITTORIA을 등지고 선 아라는 그 옛날의 엔리코 카루소와, 루치오 달라의 시선과 같았다. 끝도 없이 펼쳐진 나폴리 만의 풍경이 두 눈에 차고도 넘치게 넘실거렸다. 호텔 방이, 발코니에서가 아니어도 굽이치는 물결의 색, 피부에 닿은 공기의 질감, 머리카락을 흔들어 대는 바람의 결,, 이 모두를 보고 느끼고 만질 수 있었다. 눈은 끔벅였지만 시선을 물리지 않는 것이, 진호 역시 압도당한 듯했다.

"감회가 남다른가 봅니다."

"숙박비는 말할 것도 없고, 예약은 몇 년째 밀려있을 테지."

"작곡가의 시선이,, 먼저가 아닐까? 전공자라면.."

"중국집 애들은 자장면 안 먹는다면서."

"그렇게 받아치면 할 말이 없네. 그러나 들을 귀는 있다는."

아라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손을 동그랗게 말아 쥐어 귀에 가져다 댔다.

"영상으로 돌려 봐요."

"나한테만 야박하지. 데이터 없다고 누누이 얘기했는데도. "

"한국 가서 듣던가."

"대충 불러도, 가사 틀려도 나 잘 몰라요.."

순간, 진호의 두 눈이 찌릿- 파장을 내보내자 아라는 급히 입을 열고,

"그렇다고."

대충 얼버무리며 곧추 세웠던 기세를 한 수 물렸다.


Qui dove il mare luccica

E tira forte il vento

Su una vecchia terrazza

Davanti al golfo di Surriento

Un uomo abbraccia una ragazza

Dopo che aveva pianto

Poi si schiarisce la voce

E ricomincia il canto


Guardò negli occhi la ragazza

Quegli occhi verdi come il mare

Poi all'improvviso uscì una lacrima

E lui credette di affogare


Te voglio bene assaje

Ma tanto tanto bene sai

È una catena ormai

E scioglie il sangue dint' 'e vene sai


여기 빛나는 바다에

거센 바람이 일어나

테라스에 불어대면

소렌토 만 정면에서

한 남자가 한 아가씨를 포옹하고

그리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네

그러면 그는 목을 가다듬고

다시 노래하기 시작하네


나는 당신의 눈을 바라보았네

바다와 같은 푸른 초록색 눈동자

그러자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서

당신의 깊은 눈동자에 익사할 뻔했다네


당신을 무척 사랑하오

정말 많이, 많이 사랑한다오, 알고 있소?

지금 이 사랑의 굴레가

차가웠던 내 모든 피를

녹여버린다오

- Caruso- (Lucio Dalla)


같은 성부여서일까? 루치오 달라 만큼이나 엔리코 카루소를 동경했다. 수많은 버전 중에서 유독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창법을 좋아했다. 해서 귀에도 입에도 익숙한 곡이었다. 엔리코 카루소의 생을 기리며 그에게 헌정된 곡인 만큼, 곡의 도입부는 마치 한 남자의 회상처럼 시작을 한다. 그러나 울컥- 차오른 감정은 종내,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절규로 마무리를 짓는다. 작곡가의 의도를 배제하지 않고, 감정을 고르게 분배시켜, 웅장한 파도의 스케일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연출로 무대에 선 게 수차례 아니었던가?? 무대가 아닌, 관객이 없어서일까? 바닷가 마을, 마주 선 그녀, 닥친 상황이,, 이 모든 것이 이상했다.


Guardò negli occhi la ragazza

Quegli occhi verdi come il mare

Poi all'improvviso uscì una lacrima

E lui credette di affogare


유독 애착이 가, 심혈을 기울였던 파트였는데, 느닷없이 옥죄어 올 줄이야.


Te voglio bene assaje

Ma tanto tanto bene sai

È una catena ormai

E scioglie il sangue dint' 'e vene sai


자신의 마음과 다를 것 하나 없었다. 부르고 나면 결국,, 고백인 셈이었다. 그것이 싫다기보다 자신이 없다는 것이 먼저였다. 떨리는 음정을, 틀린 가사를, 놓쳐버린 박자를,, 혹 그녀가 눈치채지는 않을까? 한층 더 깊어진 마음을 알아차리지는 않을까?? 그로 인해 뒷걸음질하지 않을까??? 수많은 상념들이 휘감아 어지럽게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을 향해 있는 아라를 보니 혼란은 가중되었다.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잠시라도 모면하고 싶은 진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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