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너머, 파리를 향해!
“어디가 제일가고 싶어?”
“글쎄… 베르사유 궁전이 궁금하긴 해.”
어릴 적 푹 빠졌던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를 떠올리며 무심코 말했는데,
딸은 정말 파리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설마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비행은 길었다. 14시간.
밥을 두 번이나 먹고 간식도 나왔다.
잠도 자고, 명상도 하고, 프랑스 역사도 훑어보고,
필요한 단어 몇 개 익히고, 영화 아바타까지 다 보고 나도
파리는 여전히 멀기만 했다.
구름을 내려다보며
얼어붙은 창문 위로 핀 얼음꽃을 감상하다
드골 공항에 도착.
낯선 땅, 낯선 언어,
그런데도 어쩐지 익숙했다.
공항에서 잠시 한눈팔다 길을 잃기도 하고
“엄마는 왜 그렇게 내 말을 안 들어?”
딸의 핀잔을 들으며
나는 30년 전,
딸을 데리고 여행하던 나의 얼굴을 떠올렸다.
우리를 마중 나온 기사님은 생후
6개월이었을 때 이 나라에 왔다고 했다.
그 세월 속 여정을 문득 상상했지만, 잠시 침묵했을 뿐
그냥 대화를 이어갔다
한국에 와서 중앙대서 잠시 어학공부를 했다며
서툰 한국말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충분히 따뜻했다.
한국어, 프랑스어, 영어까지
세 언어로 이어진 어설픈 대화도
같은 피가 흐른다는 안도감이 묻어났다.
퇴근 시간과 겹쳐
한 시간 반 넘게 차 안에 갇힌 뒤
우리는 드디어 시내에 도착했다.
아파트형 호텔 ‘시타딘’에 체크인하고,
딸은 여유롭게 짐을 풀고,
나는 멍한 눈으로 딸의 수첩을 훔쳐보다,
다시 한번 혼잣말을 했다.
“여행은 늘 고행의 시작이야.”
그러니까, 내일부터 시작될
‘딸과 엄마의 본격 파리 여행’
벌써부터 살짝,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