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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언덕에서

파리에선 모든것이 예술이었다

by 바람처럼

아침, 파리의 공기가 좀 낯설다 싶었지만 센강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졌다. 빵도 사고, 산책도 하고, 어제의 우리를 조용히 되짚었다. 출근길을 재촉하는 파리지앵들 사이로 “아, 우리도 저랬지”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


전철표 끊기엔 고난이 예상되었고, 아니나다를까 세 번의 시도 끝에야 겨우 성공! 드디어 일주일 정기권 획득. 입구부터 손으로 밀고 들어가고… 전철이 오면 버튼을 누르거나 손으로 열고—매 순간이 모험이었다. 우리나라 교통시스템, 사랑해. 진심으로.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 라파예트 백화점 전망대에 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파리 시내 풍경은 그야말로 ‘와…’밖에 안 나오는 스케일. 사진도 찍고, 바람도 쐬고, 순간순간이 엽서 속 같았다.

점심을 먹고는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카페로. 그가 앉았을 법한 자리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셨다. 잔을 들자 문득 한강이 떠올랐다. 그에겐 파리가 날마다의 축제라면, 나에겐 한강이 그랬던 것 같다. 그의 말이, 이제야 조금 이해됐다.

오후엔 몽마르트르 언덕 여행팀과 합류했다. 피카소, 르누아르, 달리다… 익숙한 이름들이 살아 숨 쉬던 골목들을 설렘 반, 경외 반으로 누볐다. “여기서 그들이 살았다고?” 숨결이 남아 있을 것 같은 아틀리에 벽 앞에선 괜히 조용해졌다.

<파리의 연인> 촬영지에 이르자 딸이 갑자기 “애기야~”를 외쳐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고, 파리는 정말 순간순간을 잊을 수 없게 만든다. 모든 게 예술이고, 모든 게 역사다. 길 위의 사람들마저도 친절하고, “봉쥬르~”, “메르씨~”는 마치 악센트 있는 노래처럼 들린다.

개선문 앞에서 여행팀과 작별하며 또 한 번 진심 어린 인사를 나눴다. 다시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 마트에 들러 샐러드를 사고, 빵집에 들러 바게트를 사고, 그리고! 한국에서 공수해 온 누룽지까지 더해 푸짐한 저녁 한 상 완성.

잠깐이었지만 여행팀 사람들, 하나같이 정 많고 따뜻했다. 낯선 곳에서 마주친 익숙한 정서들. 이것도 여행이 주는 선물이겠지.


오늘 하루, 참 고마웠다. 이 도시, 그리고 이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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