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부르는 순간 - 4
강정마을을 지나 숙소에 도착하자, 첫 과제가 주어졌다 — 조를 나눠 장기자랑을 준비하라는 것. 얼마나 단결이 잘 되는지를 보는 일종의 미션이었다.
저녁도 대충 먹고 우리는 원형으로 모였다. 처음 만난 얼굴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아이디어를 짜내고, 익숙해질 틈도 없이 연습을 반복했다.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민폐는 안 돼.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자. 그날만큼은 소심한 내가 조금 더 씩씩해지고 싶었다.
발표 시간. 나는 무대 위에서 큰 소리로 대사를 내뱉고 몸짓을 보탰다. 김홍신 작가님의 껄껄 웃어주신 웃음이 마음을 풀어주었다. 그 웃음이 등을 떠밀어 조금 더 목소리를 높이고, 조금 더 용기를 냈다.
문학의 밤, 사행시 순서가 돌아왔다. 내 차례에 나는 조심스럽게 외쳤다.
제: 가
주: 부의 본분을 접어두고 여행 왔습니다.
문: 제는
학: 부모님들께 상 타러 간다 뻥치고 왔습니다!
객석이 웃음으로 출렁였다. 김홍신 작가님이 따듯하신 미소로 『인생사용설명서』를 상으로 건네주셨다. 표지 안쪽에는 정성스러운 사인까지.
그날 밤, 나는 웃음과 용기의 온도를 기억했다.
행사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왔다. 함께 지낼 배정은 네 명. 젊은 엄마 둘, 오십 대 초반의 나, 그리고 육십 대를 넘긴 중후한 여인이었다.
부산에서 온 새댁은 공무원이라 했고 아동문학을 공부 중이었다. 또 다른 이는 이공계를 전공하다 대학원에서 결국 문학을 택했다고 했다. 강남이 고향이라는 그녀는 화려한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미국 생활을 오래 하다 귀국했다는 여인은 단단한 눈빛으로 말없이 앉아 있었다.
나는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어 그저 귀 기울였다.
모르는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 낯선 이야기들이 조용히 파고들었다.
그렇게 첫날밤은 끝나고, 마음속에는 묘한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내일은 또 어떤 장면들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