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부르는 순간 - 2
결혼 후 처음, 가족 없이 떠나는 여행.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전국 각지에서 여인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내심 놀랐다.
나와 닮은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구나 싶다가도,
전혀 다른 결의 삶을 살아온 듯한 거리감도 느껴졌다.
십 대 소녀부터 손자를 둔 어르신까지.
그들 모두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숨기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열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콸콸 흘러넘치고 있었다.
나는 그저, 어디든 떠나고 싶었을 뿐이었다.
누구도 모르는 곳에서
잠시라도 자유롭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나이를 막론하고 작가를 꿈꾸고, 시인을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제주에 도착해 짐을 풀고, 우리는 천천히 섬을 걸었다.
바람은 느린 결을 따라 부드럽게 지나갔고,
길가의 돌담이며 흙내음까지 낯설고도 따뜻했다.
그리고, ‘제주문학의 집’에서
드디어 김홍신 작가님을 만났다.
나는 오래전 『인간시장』을 읽으며
거칠고 강인한 인물만을 떠올렸는데,
작가님은 잔잔하고 따뜻했다.
그러나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묵직하고 단단한 심지가 느껴졌다.
말없이도 사람을 울릴 줄 아는,
그런 강인 함이랄까.
그분과 함께
하늘에서 곧장 떨어지는 정방폭포를 보았고,
이중섭 미술관에서는 소의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
칠십리 시공원에서는 시비들을 둘러보며
일행들과 시를 나누고, 꿈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가끔 팔을 꼬집어보았다.
이 순간이 정말 현실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정말, 꿈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