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에 스민 작가님의 미소

여행을 부르는 순간 -5

by 바람처럼

다음 날, 우도로 향하는 길.

버스 안, 김홍신 작가님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

사람들이 어려워서일까, 종종 혼자 계신 모습이 눈에 띄었다.

조심스레 여쭈었다.

“앉아도 될까요?”


고개를 끄덕이신 작가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작가님께는 평범한 하루일지 몰라도,

저희에겐 정말 큰 선물입니다.”


작가님이 조용히 미소 지으셨다.

그 미소 하나에 마음이 풀어졌다.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발해』를 집필할 때의 긴 여정,

그 글 속에 담긴 역사와 상상.

어떤 날은 팔이 저려 만년필조차 들 수 없었던 날들.

작가님은 지금도 글을 손글씨로 쓴다고 하셨다.

글에도 체력이 필요하다며,

“글도 결국, 몸으로 버텨내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가슴에 깊이 박혔다.

작가란, 생각보다 훨씬 더 고되고 고요한 길이구나.

나는 그 순간, 한 권의 책이 얼마나 많은 ‘몸의 시간’을 통과했는지

비로소 조금 짐작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우도 선착장이 가까워졌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하늘 아래, 우리는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작은 섬. 젖은 바람. 물안개 낀 풍경.

우리는 말없이 섬을 걸었다.


나는 내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 여행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들.

작가의 문장 너머로 흐르는, 한 사람의 고요한 시간.

그리고 그 시간에

조심스레 발을 얹어본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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