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부르는 순간 -6
여행을 떠날 때, 날씨는 그날의 옵션이다.
하늘이 푸르면 푸른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좋았다.
비 오는 바다 또한, 참 좋다.
빗방울이 떨어지며 그리는 동그라미.
작은 파문들이 바다 위를 가득 메웠다.
그 장면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우리의 인생도 저 동그라미 같지 않을까.
잠시 생겨났다가 금세 사라지는 것.
그런 찰나를 붙들고 고뇌하고, 아웅다웅 살아가는 건 아닐까.
그때 내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대전에서 오신 분이 떠오른다.
며칠씩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하셨던 그분.
지금은 부디 건강하시기를—
불현듯, 마음속에서 기도가 흘렀다.
여행 마지막 날,
김홍신 작가님은 우리 모두에게 전화번호를 건네주셨다.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그 말은 그냥 인사말이 아니었다.
그 후로, 아주 가끔— 정말 가끔,
인사를 드릴 일이 생기곤 했다.
제주 여행 이후,
내 삶은 아주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행은 시간이 남아야 가는 게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서 가는 것.
그 사실을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그리고,
자리를 비우면 큰일 날 줄 알았던 숨 가쁜 일상은
내가 없는 동안에도 조용히 흘러갔다.
마치 바다 위에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그 동그라미처럼,
작은 파문 하나 남긴 채.
그 파문은,
내 빈자리를 기꺼이 메워준 가족들의 손길이었고,
처음으로 나를 응원해 준 눈빛이었다.
그때,
그렇게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마냥 종종 대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