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도시
에펠탑의 불빛아래서
나는 그 도시의 그림자를 보았다.
빅토르 위고의 말을 증명하듯,
파리의 야경에 취해 담아 온 딸의 영상을 보다 충격을 받았다.
영상 속,
야경을 촬영하느라 정신없는 여성 뒤로
슬며시 다가온 어떤 여자의 손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고 우아하게 움직였다.
주위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고
우리 역시 숙소에 돌아와서야 영상을 돌려보다
그 장면을 보게 되었다.
가이드는 말했었다.
소매치기는 주로 어린아이들이 한다고,
둘 혹은 셋씩,
여자끼리 혹은 친구처럼 위장해 다닌다고.
아무리 잘 챙겨도, 오 분이면 털린다고.
고흐 마을로 가던 길에서도,
아기를 안고 구걸하는 여자를 봤다.
몇 년 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람.
몇 년 후에도 같은 모습일 거라는 사람.
그 아기들은 어디서 와 어디로 갔을까?
그런 아기들이 자라
신원도 확인되지 않은 채
어둠 속에서 다시 손을 내밀게 되는 걸까.
ㅡ 반짝임 너머에서 ㅡ
화려한 불빛 뒤,
조용히 스친 손끝 하나
그 아이는 도둑이었고
그 아이는 아기였다
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기억하지 못할 사람들
기억해 버린 도시
우리는 아름다움을 보고 떠난다
그들은 거기, 남아 있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나라에도
노숙자는 지천이고 소매치기가 극성이다.
한쪽에선 시위가,
다른 쪽에선 관광객이 개선문을 에워싼다.
샹젤리제 거리는 눈부시게 화려하고
에펠탑은 여전히 반짝인다.
그 모든 것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제 짐을 싸야 했다.
아침에 잠시 산책을 하고,
숙소 근처 빵집에서 샐러드와 빵을 사 와 간단히 식사했다.
택시를 불렀다.
하지만 캐리어가 있다고 하니 기사는 사라져 버렸다.
다시 부른 기사님은 친절했다.
우리는 이제,
개선문이 보이는 또 다른 호텔로 이동한다.
시타딘 호텔이여, 안녕.
창밖으로 보이는 센 강은,
떠나는 지금도 여전히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