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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누린 호캉스

엄마를 위하여!

by 바람처럼

—여행의 마지막은 엄마를 위한 호캉스야


딸의 말을 그저 흘려들었다.

시타딘도 만족스러웠던 터라, 큰 기대 없이 새 호텔에 들어섰는데—

직원의 친절함이 상상을 초월했다.


체크인은 3시인데, 12시에 방을 내어주고

체크아웃도 내일 12시까지 천천히 하란다.


문을 여는 순간,

나는 프랑스의 귀족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넓고 조용한 방, 고급스러운 시설,

창밖으로 개선문이 한눈에 들어왔다.

딸과 마주 앉아 셀카를 찍으며 웃었다.


강행군의 여파로 입안이 온통 부르터 고통스러웠지만

딸이 준비한 약으로 금세 해결.

“역시 약사딸 맞네~”

너무 행복한 마지막 날이었다.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자기조차 아까운 마지막 밤이었다.

행복이란 말이 이렇게 선명한 날도 있구나.


『호텔 창 너머, 오늘』


문을 여는 순간

나는 귀족도, 여행자도 아닌

그저 엄마였다


입안이 아파도

세상이 흐려도

딸이 건네준 약 하나에

다시 환해지는 하루


창밖 개선문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오늘, 처음

그 평화를 바라보았다


조금 아까운 마음으로

이 마지막 밤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베개 위에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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