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속을 걷다, 파리에서
파리의 야경이 궁금했다.
"안 무서워?"
사람들이 하도 겁을 줘서, 낮에도 조심스럽던 도시.
한낮의 거리조차 조용한 공포였다.
그래서 신청했다. 여러 명이 함께할 수 있는 야간투어!
뤽상부르 공원에 다녀와 지친 나를 위해
딸이 샐러드를 사 왔다.
샐러드에 공항서 챙겨 온 고추장을 넣었더니
이게 웬일, 완벽한 비빔밥 탄생…ㅋㅋ
파리는 음식이 많이 달지 않아 내 취향에 딱이야.
"엄마, 전생에 프랑스인이었나 봐?"
놀리는 딸을 보며 같이 웃었다.
에펠탑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
두 쌍의 연인이 프러포즈를 했다.
폭죽이 터지고, 사람들이 환호한다.
그중 한 커플은 여자끼리였다.
"여기가 프랑스지…" 실감이 났다.
저들은 정말 행복해 보이는데
왜 나는 짠하지?
그들이 평범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내 슬픔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아직 멀었다는 생각,
내 안에도 편견이 있었던 걸까.
야경투어는 비르하켐 다리에서 시작해
샹젤리제, 개선문, 센강을 건너
에펠탑 사진을 한 번 더 찍고,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루브르 박물관까지.
함께 걸으며, 또 전철로 이동하며
마지막엔 셀프사진으로 마무리!
가이드는 역사 전공자답게 역사와 구조물의 의미를 열정적으로 설명했지만
나는 야경에 빠져 멍하니 걷기만 했다.
그저 불빛과 그림자 속에서,
지금 이 순간만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가이드가 알려준 숙소 근처의 비밀명소 하나
그 말로 오늘이 완성된 것 같았다.
밤의 얼굴
불이 켜진다
누군가는 사랑을 고백하고
누군가는 어깨를 감춘다
빛나는 것보다
눈부신 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