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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다녀와서

센강은 흐르고, 나도 살아간다

by 바람처럼


다시는 눈앞에 기쁨은 없을 줄 알았어.

세상이 끝난 줄 알았고, 희로애락이 모두 무심한 순간에 서 있었지.


그때 누군가 속삭였어.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그래,

시간은 흐르고, 어떻게든 산 사람은 살아.

그리고 나도... 잘 살아가고 있더라고.

파리의 센강을 산책하면서 말이지.


파리에 간다니 제일 먼저 듣는 말이

“소매치기 조심해!”

“화장실 진짜 장난 아니야.”

“추우니까 옷 단디 챙겨!”


한결같은 조언에 주눅이 들었지만,

파리는 아름다웠어.


몽마르트르 언덕을 거닐며 피카소를 만났고,

달리다처럼 산책하고 차를 마셨어.

성당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자물쇠에 걸린 사랑도 확인했지.


시내를 돌고 돌며, 그들이 지켜낸 역사를 살피고

인간애를 배우고, 고달픈 삶의 언저리를 맴돌았어.

고층이 없는 파리와 고층이 넘실거리는 서울을

비교하기도 했고.


베르사유의 궁전은…

어릴 적 「베르사유의 장미」 만화를 보고 꼭 오고 싶었는데,

그때의 감성은 사라지고,

권력의 상징 같은 거울의 방만 기억에 남았어.

현대와 과거의 대비랄까.


야경 투어도, 디너 크루즈도 환상이었고

우리 딸이 이렇게 멋진 가이드가 되어줄 줄이야.

내 생애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순간들.

이 또한 지나가더라고.


열심히 걸었던 파리 여행,

눈을 감으면

센강이, 에펠탑이, 박물관이, 골목골목이

막 스쳐 지나간다니까.

정말… 내가 파리에 갔었나?


신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준 유일한 선물, 시간.

그걸 헛되이 소비하지 말자고

파리에서, 다시 다짐했어.


얼마 남지 않은 황금 같은 시간,

열심히, 따뜻하게, 잘 살아가야지'.



파리에서의 며칠, 한 편의 추억으로 흘러갔습니다. 광장의 햇빛, 센강 물결, 그리고 카페의 달콤함까지— 모두 제 가슴속에 작은 빛으로 남았습니다. 이제 이야기는 잠시 바다 건너, 제주로 향합니다. 돌담길 사이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 위로 부서지는 햇살 속에서 다시 한번 ‘여행을 부르는 순간’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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