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조차 그의 장난이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거대한 경전은 이미 펼쳐져 있었고
그는, 시야 바깥의 문장들로 풍경을 읽었다
너무 빨라서 멈춘 듯 보였던 세계를
그는 달리고, 놀았다
메마른 흙이 바람에 날렸다
바람을 등에 업고
염전 같은 물속을
산이 들여다보고, 마을도 들여다보았다
햇볕 가득한 초원에서는
황새가 거닐고
초록이 흔들리다
어느새 황금빛으로 번졌다
온종일 허수아비가 지키는 창고—
그조차 그의 놀이다
하얀 천 하나, 조용히 덮여 있고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매일
같아 보이는 일상—
그 안의 치밀한 궤도와 계산을
아무도 몰랐다
우리는
그를 안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