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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게 양보

by 김추억

사는 내내,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선택권이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자동차를 타고 가는 내가 기찻길 앞에서 기차에게 먼저 운행을 양보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먼저라고 주장하다가는 큰일이 나기에 선택권 자체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자신을 희생해서, 자신의 삶을 양보해서 어떠한 순간에도 막힘없이 진행되어 가야 할 일들이 있다.

가깝게는 자녀를 자신보다 먼저 생각하며 사는 부모의 삶이 그렇고, 크게는 나라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던 독립유공자들의 희생이 그렇다.

나도 어머니의 희생으로, 그리고 수많은 어른들이 청춘을 바쳐 일궈놓은 민주화, 인권, 자유. 평등, 등등의 결실 위에 편안한 숨을 쉬고 있다.

내가 원하고 꿈꾸는 편안하고 즐거운 삶과는 별도로
존재하는, 선택권 없는 '내가 살아야 할 삶'이 있다,


숙명, 대의를 따른다는 믿음이 있으면
희생하는 삶에 눈물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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