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묘목

by 김추억

시장에서 묘목을 보았다.​
언제부턴가 갈 길을 가지 않고 뭔가를 한참 동안 쳐다보는 게 취미가 되었다.
나는 왜 한참을 서서 어린 나무들을 쳐다보았을까.

겨울에 파는 묘목들이 잎도 하나 없이 있으니 모두 죽은 나무처럼 보였다. 그리고 교복 같은 통일된 앙상함이 다 똑같은 나무처럼 보였다. 묘목마다 이름이 적힌 푯말이 있어서 다른 나무라는 것을 알았다.

대추나무, 감나무, 체리나무, 골드키위나무 등등 묘목들을 보면서 신기했다. 지금 현재는 다 똑같아 보이는 나무들이 봄을 시작으로 해서 각자의 꽃을 피우고 각자의 잎으로 달라지며 자신에게 주어진 열매를 위해 성장해 나갈 것이다.

나는 어떤 나무로 태어났을지 무척 궁금해졌다. 그것을 알고자 한다면 일단 땅에 심겨져 빛을 쬐고 비바람을 벗 삼고 성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안다. 나에게 설계된 나의 꽃, 나의 잎사귀, 나의 열매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떤 향기가 나는 꽃이려나? 생기 나는 주황색 꽃이길 바란다.
잎사귀가 솔잎처럼 뾰쪽해도 좋을 것 같다. 독야청청 제 멋에 취해 행복할 테니까.
열매는... 내 열매는 두꺼운 껍질이 있는 열매였으면 좋겠다. 밤이나 귤 같이 나를 뭔가로 감싸주는 게 필요하다.


나는 어떤 나무일까 몹시 궁금해서 야금야금 성장할 수밖에 없고 성장을 멈출 수도 없겠네. 나는 궁금증을 못 참는 묘목인가 보다.

keyword
이전 20화햇빛과 비